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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중요성 커졌다지만…업계 떠나는 사운드 종사자들 [콘텐츠 속 ‘사운드’②]


입력 2024.09.01 07:10 수정 2024.09.01 07:1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중요성은 커졌지만…줄어드는 신작 영화 숫자, 결국 사운드 성장 위축될 것”

지난해 음악 다큐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Ryuichi Sakamoto: Opus) 개봉 당시,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오롯이 즐기고 싶은 관객들은 ‘사운드 특화관 상영을 늘려달라’고 호소했었다. 배급사는 이 영화의 사운드 특화관 상영 정보를 게재하며 관객들의 관람을 도왔다.


최근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는 ‘사운드’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메시지’를 강화했다. 이에 ‘영화관에서 봐야 할 작품’이라며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이에 예술영화임에도 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사운드’의 힘을 입증했다.


사운드 특화관 상영 요청 이어졌던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화려한 볼거리의 블록버스터는 물론, 작품의 의도를 오롯이 즐기고픈 관객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사운드’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는 셈이다.


현업 종사자들도 ‘커진 중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다수의 영화 작업에 참여한 5년 차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운드 작업은 영화 작업의 가장 마지막에 하게 된다. 때로는 시간에 쫓길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전보다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뒷받침돼 있어 시간이 주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창작자에게 자유가 더 생겼다. 사운드 특화관처럼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으니, 더 마음껏 표현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객들이 사운드를 듣는 수준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이를 제작하는 영화‧드라마 업계 사운드 종사자들은 한숨을 쉰다. 사운드를 만드는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는 비용이다.


앞서 후반작업의 늘어난 시간의 반가움을 언급한 사운드 디자이너는 “그러나 사운드 관련 스태프들의 임금 확대나 사운드에 책정되는 비용은 수년째 동결 수준”이라고 짚으면서 “여전히 밤샘 작업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으며, 약 20년 전에 받았던 후반 작업료와 지금이 크게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플랫폼의 변화와 이에 따른 작품의 축소다.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할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영화 ‘비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봉준호 감독의 ‘옥자’, ‘기생충’, SF 대작 ‘더 문’의 음향감독을 맡은 영상 음향 전문 스튜디오 라이브톤의 최태영 대표는 “사운드의 커진 중요성과는 별개로, 사운드는 필수적으로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홈씨어터로 환경을 구축한다고 해도 영화관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사운드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다. 거기에 돌비 애트모스관이 주는 풍성함까지 고려하면, 그 경험은 영화관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모바일 시청이 적합한 콘텐츠들이 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영화 신작의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브톤이 정규 직원을 유지할 수 있겠나. 자연스럽게 게임 업계로, 또 다른 업계로 인력들이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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