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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김치‧소주‧아이스크림…K푸드, 유럽시장 ‘정조준’


입력 2024.09.03 07:31 수정 2024.09.03 07:3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유럽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형성…수출 가속화

생존에 대한 절박감도 작용…“품목 다양화”

건강 마케팅‧환경보호 패키징도 과제로 남아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 야외 정원의 비비고 시장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관람객들의 모습.ⓒCJ제일제당

최근 식품업계가 동남아와 미국 시장을 넘어 유럽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의 수익성을 만회해줄 돌파구가 필요한 가운데 해외 수출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근방 타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한류 열풍이 있다. 유럽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K푸드 불모지’에 가까웠던 유럽 시장 개척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라면과 소주는 물론 최근 아이스크림까지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유럽연합(EU) 27개국과 영국에 대한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은 3억37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억3333만 달러) 대비 30.1% 증가한 수준이다.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라면(유탕면), 즉석섭취·편의식품류, 조미김 등이다. 라면은 한류열풍에 따른 수출 증가, 간편식 등 편리성 추구, 식품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조미김은 외국에서 김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수출 품목도 김치와 라면, 소스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 품목인 라면은 유럽 내 작은 도시의 마트나 아시아 식품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고 비건 만두와, 떡볶이 같은 가정간편식(HMR)을 즐기는 현지인들도 많아졌다.


식품업계가 해외에 주목하는 것은 한류를 활용하겠다는 차원 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시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라면·스낵·만두에 이어 음료·술·아이스크림 등이 일제히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데는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있다.


농심이 프랑스 파리 현지 까르푸 매장에서 지난달 신라면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가운데, 현지인들이 스낵을 시식하고 있다.ⓒ농심

국내 라면업계는 올 하반기 유럽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한국라면에 적용되던 유럽시장의 수출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은 한국라면을 수입할 때 적용하던 통관 규제를 완화했다. 수입 통제를 강화한 지 3년 만이다.


삼양식품은 일본,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5번째 해외 법인 국가로 네덜란드를 낙점하고 현재 법인 운영을 위한 직원 채용 중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에서 올해 상반기 19%까지 확대됐다.


농심도 지난 6월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에 라면과 스낵 제품을 입점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하반기 중에는 독일, 덴마크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 주요 제품 입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을 앞세워 시식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도 지난 5월 프랑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8년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마인프로스트는 현재 CJ제일제당의 유럽 생산, 연구개발(R&D)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에는 영국에 식품 법인을 설립했으며 네덜란드, 벨기에 등으로도 판로를 넓혔다. 향후에도 만두, 치킨, 가공밥, 김치, K-스트리트 푸드 등 다양한 제품을 앞세워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인접 국가들로 유럽 내 저변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치업계도 기대가 크다. 포장 김치를 사먹는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김치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서다. 대상은 김치 브랜드 이름을 종갓집에서 발음이 쉬운 종가로 통합하고 미국 업체를 인수해 현지 생산을 통한 김치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폴란드에 내년 준공을 목표로 김치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 공장은 약 6613㎡(2000평) 규모다. 대상은 약 15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의 김치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스크림 업계에선 위기 탈출을 위해 빙그레가 빠르게 해외 사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메로나가 상반기 해외에서 290억원어치 팔리며 빙그레 아이스크림 수출액은 46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빙그레 해외 사업 비중은 2018년 5%대에서 지난해 10%까지 올랐다.


하이트진로도 소주를 내세워 영국과 유럽을 개척 중이다. 소주 외에도 맥주, 와인 등을 판매하지만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엔 소주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이트진로의 영국 소주 수출량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75% 성장률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약 84% 성장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K푸드의 세계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신흥시장”이라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지인들이 소비하고 조리하기 간편한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건강을 생각한 제품 마케팅, 환경보호를 염두에 둔 제품 패키징 등에도 중점을 둔다면 더욱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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