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대 증원 백지화' 입장 강경에 불참 가능성
여야, 공동으로 설득하기로…대통령실도 지지 의사
보건보건부 장·차관 교체 등 여야 쟁점 입장차 여전
협의체 출범까지도 난항 예상…논의 이어나가기로
모처럼 정치권이 한 뜻을 모은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료계 참여 없이 '여야정 협의체'로 개문발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협의체 불참 의사를 꺾지 않으면서다. 더욱이 여야가 의료 대란을 막자는 공통된 인식 속에서도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동상이몽 행보를 보이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여야는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을 목표로 주체별로 3~4명씩 참여하는 안을 잠정 확정했다. 이를 위해 여야는 의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필요성에 관해 (여야가) 같이 공감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의료계 참여 문제"라며 "국회의장과 야당에서도 의료계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함께 기회가 있을 때 동참을 유도해 낼 수 있는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에서 의료계와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여당에서도 동참과 협조 요청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여러 의원들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의료계를 협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전제 없는, 진정성 있는, 설득력 있는 제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며 "정부와 여당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도 의료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만큼 이 부분과 관련된 문제 해결에 이번 추석 전에 좀 더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추석을 앞둔 만큼 의료계를 제외한 협의체를 먼저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의료계의 참여가 늦어지거나 불발된다면 '반쪽'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의료계를 더 설득해 보자는 것으로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의료계 내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모처럼 정치권이 뜻을 모은 만큼 협의체가 조속히 구성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여야의 의료계 설득 시도에 지지를 보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동참을 요구하겠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이에 동의한다"며 "여야가 의료계와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여야 간에도 입장차가 존재해 출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과 정부는 협의체 구성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의료계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의정 갈등의 쟁점인 2025학년도 증원 여부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체에 대해서도 의견차가 뚜렷했다. 여당은 모두 불가라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이들을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료계의 대승적 참여를 부탁한다"며 "야당까지 포함된 협의체이므로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가 보장된 구조"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소환 등 사법적 대응을 신중하게 해달라. 지금은 해결해야 할 때이고 방법은 대화뿐"이라며 "지금은 해결을 위한 중재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로 대화의 전제조건을 걸거나 의제를 제한해서 참여가 막혀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협의체 의제는 단 하나다. 국민의 건강"이라며 "구체적으로 의대 정원, 명절 비상의료대책, 지방 의료와 필수 의료 대책, 예산 등 실용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개혁 정책 실패로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초래해 놓고도 정부가 계속 무리수만 두고 있다"며 "위급한 응급실에 대통령실 비서관을 파견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원대 복귀한 군의관들 징계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이성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도 정부는 한 대표가 말한 여야의정 협의체로 책임을 넘기기만 했을 뿐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이 없다"며 "이랬다 저랬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고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7개월간 수차례 지적되어 온 문제를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폭넓게 개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자존심보다는 국민생명을 지킨다는 자세로 이 문제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