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PF '꼼수 매각'·신용등급 하락…저축은행 '신뢰 리스크'


입력 2024.09.11 12:17 수정 2024.09.11 12:2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페퍼 신용등급 취소·예가람 등급전망↓

"경·공매만" 당국, PF 펀드 매각 ‘제동’

저축은행이 새겨진 조형물. ⓒ연합뉴스

저축은행이 지속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신뢰 리스크에 직면했다. PF 부실로 연체율이 급증한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취소되고, 'PF 꼼수매각'까지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3곳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PF부실 사태로 저축은행들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자산규모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취소했다. 나신평은 16개 저축은행에 대해 등급평가를 하고 있는데 등급 취소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등급 취소는 페퍼저축은행 측에서 요청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지난 4월에 BBB(부정적)에서 하향한 바 있다. 현 등급에서 추가로 등급이 내려가면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BB급으로 추락,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 리스트에서 퇴출된다. 추가 등급 하락이 예상되는만큼, 페퍼저축은행 측에서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에 이어 올 상반기 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강화된 PF 대출에 대한 사업성평가에 따라 지난 6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9.2%까지 치솟았다.BIS(국제결제은행) 자본비율도 11%대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자산 1조원 이상, 11%)에 근접했다.


페퍼 측은 "수신전략 변경을 위해 퇴직연금 정기예금 취급을 중단하고, 창구 및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사안"이라며 "보수적 영업 기조로 인해 수신규모를 확대할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퇴직연금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지속적으로 퇴직연금 비중을 축소해왔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계열 예가람저축은행도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했다. 나신평은 전날 예가람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으나, 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했다. 올해 상반기 대손비용 증가로 당기 순손실(-120억)이 발생하고,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저조한 수익성과 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조달 수단이 제한적인 저축은행에는 치명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감독원은 수시검사를 통해 상상인저축은행이 PF펀드를 통해 편법 매각에 나섰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오하자산운용 PF 정상화 펀드에 2차에 걸쳐 약 1500억원을 투자하면서 부실 PF 대출채권을 장부가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65억원의 매각을 인식했다.


PF 채권을 장부가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매각해 순익을 부당하게 과다인식하고 연체율 등 건전성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충당금 환입분에 수익증권을 손실로 인식하도록 하고,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의 착시효과도 젝할 방침이다.


단기 실적 방어에만 급급할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애초에 경공매를 통한 PF 부실 채권 정리를 강조한 만큼, 업계는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축은행은 중앙회 차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5400억원 규모의 PF 부실 채권을 모아 공동 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유사한 수법이 지적된 바 있다.


PF 펀드 논란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재구조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건전성 관리가 미흡한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심각성에 따라 영업정지, 합병·매각이 될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부실 조짐이 보이는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3곳 중 1~2곳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경영실태평가는 최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일시 악화된 일부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등 관리실태 점검 및 해당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적기시정조치는 경영실태 평가결과와 금융회사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의 타당성 등을 검토해 결정될 사항으로 아직 조치 여부 및 시기 등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