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자율 영향 큰 銀 대신
비교적 높은 수익률 證 매력
안 그래도 자리 뺏겨 왔는데
더 어려워진 경쟁 '설상가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면서, 은행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고객들이 증권사로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이자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은행권 대신, 비교적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의 매력이 부각되며 ISA 새판 짜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 그래도 ISA 시장에서 증권사들에게 자리를 뺏기고 있던 은행권으로서는 경쟁이 더욱 어려워지며 설상가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ISA 총 투자금액 29조5926억원 가운데 은행이 13조9100억원, 증권사가 15조6826억원을 차지했다.
ISA는 예적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는 동시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상품이다. 2016년 도입돼 최대 소득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은행 ISA 투자액은 증권사 ISA보다 3조원 이상 많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처음으로 역전된 이후 지속적으로 격차가 벌어지는 흐름이다.
가입자 수로 봐도 은행 ISA 상품의 인기는 완연한 하락세다. 지난 7월 말 기준 은행 ISA 가입자 수는 90만814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0만6986명 줄었다. 반면 증권사 ISA 가입자는 465만408명으로 같은 기간 64만7670명이나 늘었다.
그런데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ISA를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인하하면 시장 금리 역시 하락하는데, 신탁형 ISA의 경우 예·적금 비중이 93%에 달하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 이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시장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이 호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은행의 ISA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는 이제 시작일 뿐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미 연준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업계는 올해 안에 0.5%p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ISA 제도 변화도 변수다. 올해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ISA 납부 한도와 세제 혜택은 한층 강화된다. 개정안은 연간 납입 한도를 연 2000만원에서 연 4000만원으로 2배 늘리고, 비과세 한도 역시 일반형 500만원(이전 200만원), 서민형 1000만원(이전 400만원)으로 확대했다.
은행권은 세제 혜택 확대와 납입 한도 상향 등에 힘입어 ISA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더 많은 수익을 올려 절세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ISA 고객 특성 상 증권사로의 이탈은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개형 ISA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 ISA의 경우 미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피하긴 어렵다"면서도 "납입 한도, 비과세 한도가 상향되는 등 현행 제도 개선이 될 경우 은행 ISA 수요 증가가 동반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