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크론 실적 관건…업황 분위기 반전 좌우
밸류업 지수 발표 등 정책·제도도 '관전포인트'
"금리인하 수혜주 등 제외하고 포폴 정비 필요"
이번주 국내 증시는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반도체주들의 분위기 반전을 이끌 수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에 따라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증권업계는 이번주 코스피지수 밴드로 2520~2670선을 제시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57포인트(0.49%) 오른 2593.37에 거래를 마쳤다.
추석 연휴가 껴 있던 지난주(9월 19~20일) 코스피지수는 2550.09~2619.55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50bp(1bp=0.01%)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음에도 국내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에 국내 반도체주가 일제히 제동이 걸린 영향 등을 받아 코스피 상승이 다소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추석 연휴 중간인 지난 15일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악화를 근거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대폭 하향한 것이 반도체주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추석 연휴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엔비디아·애플 등 일부 대형 기술주가 차익실현으로 부진했던 영향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의 약세가 국내 증시의 하락을 견인한 만큼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주가 향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정례회의(FOMC)에서 빅컷에 나선 만큼 이제 주식시장의 관심이 10월 실적 시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외 반도체주를 둘러싸고 미국 대형 기술주의 부진과 실적 악화 전망 등 겹악재가 연일 지속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안정적인 실적으로 업황 반전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증시의 하락 요인 중 하나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그러면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오는 25일(현지시간) 발표하는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건스탠리의 한국 반도체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 이후 스마트폰·PC 수요 감소의 실적 영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어하는 시장 심리가 커진 상황”이라며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반도체 시장의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인 동시에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마이크론이 HBM 공급 과잉 우려로 주가 조정이 나타났던 만큼 실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국외는 물론 국내 반도체주 투심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이르면 이번주 중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될 수 있다는 점, FOMC를 거치며 매크로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 정책·제도와 같은 국내 요소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금융주(은행·증권·보험)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와 밸류업 지수 출시 기대감에 힘입어 상대수익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주 약세에 상방이 제한된 코스피에 밸류업이 혈을 뚫어줄 수 있을지 발표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반도체주의 주가 향방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전략에 변화가 요구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iM증권은 그동안 경기 방어주와 금리 인하 수혜주가 선전했으나 추가 상승이 어려워 보이기에 포트폴리오에서 뺄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기에 관련 지수 부진이 납득되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경기 방어주와 금리 인하 수혜주를 차익실현 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