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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세 속 신중 모드…리스크에 ‘대항 공개매수’ 고심


입력 2024.09.24 18:03 수정 2024.09.24 18:23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기자회견서 적대적 M&A 비판 속 구체적 대응책 無

공개매수가 상회하는 주가…영풍 가격 상향 ‘주목’

불공정 행위 발생 우려…‘에스엠 사태’ 재현 가능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상대의 공개매수를 비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은 내놓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대항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만만치 않아 고심을 거듭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 국면에 접어들며 양측이 지분 확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무리한 대응이 ‘에스엠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의 대항 공개매수 여부는 오는 26일 직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날은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 측이 기존 공개매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대항 공개매수는 먼저 공개매수를 진행중인 주주의 반대편이 기존에 제시한 공개매수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매입가의 프리미엄을 더붙여 지분 확보를 유리하게 끌고가는 전략이다.


앞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지난 13일부터 경영권 강화 목적의 공개매수에 돌입한 상태다.


MBK는 계약에 따라 지분 인수 후 최대주주가 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1주 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지분 6.98%(144만5000주)~14.61%(302만5000주) 확보를 목표로 한다. 공개매수는 내달 4일까지 진행된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공개매수에 돌입한지 약 열흘 만에 첫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매수의 부당성과 경영권 방어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중 부회장은 이날 서울 중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사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이 24일 서울 중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다만 시장이 기대했던 대항 공개매수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향후 영풍 측이 공개매수가 상향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현재 주가(이날 종가 기준 69만9000원)가 공개매수가(66만원)를 상회하고 있어 영풍 측이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 가격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을 경우, 개인은 매도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관이 응하면 저가 매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글로벌 독립 리서치업체 스마트카르마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를 90만원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공개매수가가 90만원대일 경우, 기관투자가 중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공제회를 움직일 수 있다고 본 거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우군을 모집해 대항 공개매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중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가지고 공개매수 대응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잠정적인 지분율은 대등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33.1%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현대차·한화·LG화학 등의 지지를 가정할 시 34% 내외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국민연금과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한 약 23% 지분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만일 양측이 시장의 시나리오 대로 지분 확보에 총력전을 벌일 경우 리스크를 감수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MBK 측이 공개매수가를 올릴 경우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져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MBK는 공개매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 2조원 중 약 1조5000억원을 내년 6월 만기, 최소 고정 금리 5.7%에 차입하기로 한 상태다. 9개월 후 만기까지 이자만 약 63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 측의 경우 영풍 측과 달리 우군에 경영권을 넘겨 줄 수 없어 금전적 이익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데 차후 ‘당근책’이 적절한 지를 두고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왼쪽부터)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지면서 최악의 경우 ‘에스엠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에스엠 사태는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던 와중에 상대방인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불거졌는데 카카오가 상대방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 원을 투입하는 등 시세조종에 나서며 불공정거래 이슈가 부상했다.


당시 카카오는 대항 공개매수 등에 나설 것처럼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시세조정을 통해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방해 공작을 취함으로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고도 경영진이 구속 기소되는 등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양측은 상대방이 대응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견제에 나서고 있다. MBK는 협력 업체들이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배임성 거래이며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 간 계약을 ‘밀실 공모’로 보고 적대적 M&A라며 영풍 이사와 경영진 등을 고소한 상태다. 검찰은 이번 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와 관련한 불공정 행위 여부 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을 우군에 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은 에스엠 때와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면서도 “불공정 이슈가 불거질 지는 좀 더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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