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발표 이후 순매수 10개 종목 중 7개 미포함
역할 커진 연기금·공제회·운용사 등 참여 미미
저평가주 선호…고PBR주 편입에 투자 부담 커져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베일을 벗었지만 밸류업 성공의 열쇠를 쥔 기관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상승 탄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선 밸류업 지수가 고평가 종목 위주로 편입돼 기관들이 참여할 유인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밸류업 지수가 발표된 이후 최근 4거래일 간(9월 25~30일) 기관 합계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 HD현대일렉트릭 3개에 불과하다.
이외에 기관이 순매수에 나선 7개 종목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네이버·포스코홀딩스·금호석유·롯데케미칼·풍산 등으로 모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했다.
밸류업 지수는 정부와 금융당국, 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신통치 않은 셈이다.
이 기간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순매수 종목 상위 10개 중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이 삼성전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미반도체, SK 이노베이션 4개 종목에 그쳤다. 나머지 연기금이 사들인 6개 종목은 LG화학·포스코홀딩스·롯데케미칼·LG에너지솔루션·금호석유·풍산으로 기관이 순매수한 종목이자 밸류업 지수에서 제외된 기업들과 겹친다.
같은 기간 밸류업 지수에 대한 매수세가 미약했던 것은 개인 투자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은 4개(삼성전자·셀트리온·고려아연·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해당된다.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장 마감 후 100종목으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를 확정 발표했지만 발표 직후 시장에선 종목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지수 흥행이 우려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밸류업 우등생 꼽혀온 주요 금융주들이 구성 종목에서 빠지고 주주가치를 오히려 훼손한 업체들이나 고평가된 종목들이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거래소는 발표 다음 날(9월 25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구성 종목 조기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처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가 전격 공개된 가운데 연기금과 공제회,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의 미온적인 반응은 지수 성공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밸류업 지수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 들의 지수 활용이 필수적이다. 내 출시 예정인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기관의 투자금 유입이 ETF 활성화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가 고평가 종목 위주로 편입되면서 주로 저평가 종목들을 담는 기관들의 자금 유입 규모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시장에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충실한 배당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해왔지만 예상과 달리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시한 밸류업 지수 기준이 발표됐다는 점에서다. 저평가주를 선호하는 기관 입장에서 고 PBR 위주의 지수 투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평가 종목 매수의 근거는 해당 국가와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이 핵심”이라며 “그러나 밸류업 지수 종목군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3.7%로 코스피200의 30.6%보다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