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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된 전세반환보증 개선 방향은?…‘무자본 갭투기’ 부작용 해소에 방점 둬야


입력 2024.10.04 06:03 수정 2024.10.04 09:08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경실련 “반환보증 한도, 담보인정비율 60%로 낮춰야”

임대인 “가입 기준 강화가 역전세 부추겨”…국토부 “조금씩 제도 손질할 것”

임대반환보증 미가입·대위변제 거절사례…“보증 상품이 임차인 안전판 맞나”

전세사기 문제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가 꼽힌다. 전세반환보증 가입 요건 및 한도 완화로 매매가에 달하는 전세보증금까지 보증 범위에 포함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무자본 갭투기가 성행했다는 것이다.ⓒ데일리안 DB

전세사기 문제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가 꼽힌다. 전세반환보증 가입 요건 및 한도 완화로 매매가에 달하는 전세보증금까지 보증 범위에 포함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무자본 갭투기가 성행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전세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서는 전세반환보증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전세반환보증이 전세 시세 좌우, 국토부 “점진적으로 제도 개선”


이날 토론회에선 전세반환보증 한도 축소 및 가입 기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안됐다.


우선 이날 발제자로 나선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은 보증 한도를 담보인정비율의 60%로 축소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2017년 2월부터 전세보증의 담보인정비율이 100%로 확대됨에 따라 무자본 갭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현행에 따르면 HUG 전세반환보증의 담보인정비율은 90%다.


조 위원장은 “보증한도를 초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책임을 지고 전세로 유지할 것인지, 월세로 전환할 것인지는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의 전·월세 선택을 존중하면서 60%까지는 보증을 해주고 나머지는 본인들의 책임으로 간다면 가장 시장 친화적이고 임대인과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임대인은 전세반환보증 제도의 가입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시기에 전세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 150%(전세가율 100%)에서 126%(전세가율 90%)로 축소됨에 따라 전세시세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해 역전세를 가속화했다는 주장이다.


강희창 전국비아파트총연맹회장은 “전세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주택가격의 100%에서 90%로 낮아지면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크게 늘었다”며 “가입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 5월부터 나타난 이런 현상은 2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5월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증 가입 기준이 완화된 점도 전세사기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점진적으로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지난 2013년 제도를 만들었을 때, 아파트는 주택가격이 안정적이어서 집값의 90%까지 보증을 했고 오피스텔과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은 경락률 등이 낮기 때문에 70% 수준으로 설정을 했었다”며 “보증 구조가 지속되면서 무자본 갭투기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 초기로 원복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비아파트 시장에서 반환보증이 필수가 돼 있는 상황에서 전세가율을 90%로 낮추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낮췄다고 주장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 이 비율을 한번에 줄이는 것 보다 조금씩 현실화하며 보증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보증 한도를 60%로 강화하는 방안도 동의하지만 한 번에 대폭 낮추는 것은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가 제도로 전세가격을 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어서다”고 덧붙였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불만…“보증 제도 믿을 수 있나”


전세사기를 비롯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임대인과 임차인들도 보증반환제도에 대한 허점에는 공감대를 보였다.


보증 상품 가입을 전제로 임대인과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임차인을 위한 안전판으로써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임대반환보증을 의무 가입해야 하지만 정보 비대칭성 등으로 현장에서 가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지난 2021년부터 임대사업자의 임대반환보증 가입이 의무화됐다. 저도 계약 당시 임대인이 임대사업자인 것을 확인했다”며 “당연히 임대반환보증에 가입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후 잔금을 치르고 전입신고한 다음 몇 달 뒤까지 임대인에게 소식이 없어 지자체에 확인해보니 임대반환보증 가입 신청서를 법원에 내고 서류 보완상태로 남아있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HUG에 확인을 해보니 임대인은 수백건의 보증사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보증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대위변제 신청 시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8개월간 전세보증 이행이 거절된 사례는 411건, 765억원 규모로 조사됐다.


임대차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계약 변경이나 갱신 거절을 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증 이행을 요청했다가 거절된 경우가 64%로 집계됐으나, 이 밖에도 사기 또는 허위 전세계약으로 인한 거절 사례가 24.8%,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상실 등이 23.0%로 조사됐다.


강 회장은 “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세반환보증은 상법상 보험의 성격이 아니라 민법상 제3자를 위한 계약이다. HUG에 전세·임대반환보증에 가입할 때 임대인의 허위 서류로 가입이 통과됐다면, HUG가 대위변제해야 하는 시점에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며 “반환보증서가 과연 공신력이 있는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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