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원 상향...최윤범 회장과 같은 가격·조건 ‘승부수’
종가 77만원선 치솟아...영풍정밀 주가도 25%대 급등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지막 날 한차례 더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하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고려아연 주가가 8% 넘게 상승했다. 영풍정밀 주가도 25%대 급등한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를 맞게 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8.84% 오른 7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고려아연의 주가는 10.94% 상승한 79만1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고려아연의 주가 강세는 최윤범 회장 측이 83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자 영풍·MBK 연합 역시 공개매수 마지막 날 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부터 고려아연 보통주 144만5036~302만4881주(발행주식총수의 6.98∼14.61%)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를 진행해왔다. 최초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었으나 지난달 26일 한차례 상향 조정해 75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사수를 위해 베인캐피털과 함께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최대 372만6591주(18.0%)를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가격은 MBK와 영풍연합보다 10.67% 높은 83만원으로 제시했다. 당초 최소 응모 주식 수 한도를 121만5283주(5.87%)로 설정했으나 공개매수 개시 당일인 이날 해당 조건까지 없앴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이날 장 초반부터 75만원을 넘어서자 결국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1주당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가를 최윤범 회장 측과 동일한 83만 원으로 인상하는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이다.
발행주식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수량도 전격 삭제했다. 최대 매수수량 목표치(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에 미치지 않더라도 응모 주식을 주당 83만원에 모두 사들이겠다는 의미다. 최대 매수 수량을 초과하면 최대 매수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할 예정이다.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정정 신고서를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가격과 조건이 변경되면서 공개매수 기간은 오는 14일까지 10일 더 연장된다. 공개매수 대금 역시 기존 2조27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또 다시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등을 활용한 자기자금 1조5000억원과 차입금 1조1635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하기로 한 회사채 1조원과 기업어음(CP) 4000억원 등이 여유 자금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양측은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갖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제리코파트너스와 손잡고 영풍정밀을 주당 3만원에 25%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영풍·MBK 역시 공개매수 단가를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정면 승부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이날 영풍정밀은 코스닥 시장에서 25.15% 오른 3만185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3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