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몫 한석훈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사태에
당내서도 "野, 우릴 파트너로 생각 안한 것"
여소야대 정국서 '대야 협상력' 의구심 여전
국민 지지 얻는다면 野 독주 맞설 수 있어
"우리 원내지도부가 벙쪄 있길래 다들 뭐 하는 거냐고 소리 지르니까 그제서야 항의하러 나가더라".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추천 한석훈 성균관대 교수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안이 부결됐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우리를 '파트너'로 생각했으면 이랬겠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람이 참 좋다', 동료 의원들의 신임을 받고 선출된 지 5개월여가 지난 추경호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그는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로, 동료 의원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동료 의원과 기자단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하지만 '원내대표'로서의 평가라기엔 다소 아쉽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필수적인 '대야(對野) 협상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지난 5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당시 당내 의원들과 언론, 정치권에서 우선적으로 꼽은 자질은 '협상력'이었다. 22대 총선을 통해 야당 192석 대 여당 108석이라는 압도적인 열세 상황을 안고 대야 협상에 나서야 하는 만큼 국민의힘엔 그야말로 '투사'가 필요했다.
물론 추 원내대표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 정무능력과 야당과의 협상력을 갖춘 점을 인정받아 동료 의원들로부터 신임을 받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내수석부대표였을 때 그는 민주당의 모든 상임위원장 독식을 끝내고 법제사법위원장 등 7개의 상임위원장을 되찾아온 성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 추 원내대표 그리고 그가 이끄는 원내지도부에게 정치력도, 협상력도, 전략도, 투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조차 제기되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22대 원구성 협상 과정부터 그랬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민주당이 먼저 차지하고 '남겨둔' 7개 상임위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기까지 국회 보이콧 외엔 별다른 대응 수단을 선보이지 못했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도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등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결 당론을 정하고 조직적인 반대표를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무한 반복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음에도, 이를 주도하는 원내지도부가 용산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도 하다.
한 교수의 인권위 비상임위원 선출안 부결 사태도 마찬가지다. 물론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뒤통수를 친 결과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초 여야는 각자 몫의 선출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이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를 하면서 민주당 추천 몫인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만 가결됐다.
그럼에도 '야당이 여당을 협상 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등 당내 화살이 내부로도 향하는 이유는 원내지도부의 그간의 협상력과 정치력에 대한 실망감이 증폭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원내대표가 돼도 쉽지 않은 정국이라는 점은 모두가 잘 안다. 하지만 대야 전략 부재로 번번이 당하고만 있다는 지적은 늘 제기되고 있는 만큼 협상력을 끌어올릴 방도를 찾는 게 급선무다. 아무리 소수 여당이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는 행보를 해나간다면 거대 야당의 독주에 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