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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 ‘밸류업’ 역행 지적…가치평가 저하 우려


입력 2024.10.09 07:00 수정 2024.10.09 09:04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이복현 “지나친 가격 경쟁 주주가치 훼손”

고려아연, 향후 부채비율 폭등 가능성 제기

영풍, ROE -2.5%…승리 시 밸류업 노력 필요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이 장기화될 조짐에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자금 투입에 따른 재무 악화와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으로 인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인 8일 전 거래일 대비 0.51%(4000원) 내린 7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영풍정밀은 2.59%(900원) 내린 3만3800원으로 마감했다. 두 종목은 각각 4거래일, 8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가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며 주가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가 발견될 시 엄중조치를 예고했다.


밸류업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해 ‘치킨게임(양쪽이 양보하지 않고 출혈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하고 있어 주가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 측이 시장가에 프리미엄을 얹은 공개매수가로 주식을 사들여 단기적으로 고려아연의 주가가 부양되고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금감원은 시장질서 교란행위 발생 가능성과 공개매수 기간 중 또는 종료 후 주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 우려를 염두에 두고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


이 원장은 전날 열린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실제로 양 측은 지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번갈아 가며 공개매수가를 높이는 과정에서 재무 악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양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각각 영풍정밀 3만원, 고려아연 83만원으로 동일하다.


우선 고려아연은 지난주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에 돌입하며 총 3조931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대부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자기 자금은 5859억원에 불과하고 차입금은 2조5072억원에 달해 향후 부채비율 폭등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로 사들인 자사주 18%를 전량 소각해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가겠단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을 가정할 경우 자본총계가 줄어 고려아연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6.7%에서 9.6%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ROE는 자기자본에 대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ROE가 8%를 넘으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비율로 1배 이상일 경우 저평가 해소 국면으로 본다.


다만 자사주 소각을 통해 자본은 줄이면 부채비율이 순식간에 100%에 육박할 수 있어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과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또 신용등급 저하 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재무 부담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영풍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경우 밸류업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우선 영풍은 ROE가 -2.5%로 고려아연 대비 수익성이 크게 뒤쳐진다. 회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자본총계 1조7100억원, 43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만일 영풍 측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경우 차임금 1조9600억원, 연 1100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을 포함한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배당금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주주 불활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쪽이 승리하더라도 공개매수 가격과 취득 예정 지분율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신용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신은섭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공개매수 진행 과정과 자기주식 매입 규모, 재무안정성 변화 수준에 대해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며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하는 자기주식이 실제 소각까지 이어지는 지에 대해서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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