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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불안정한 자유의 초상 [D:쇼트 시네마(94)]


입력 2024.10.10 14:13 수정 2024.10.10 14:1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손수현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책을 본다, 영화를 보고 연애를 하는 친구를 만나 술을 먹는다 알바를 한다. 많이 못번다. 여행을 하고픈데 생각보다 잘 못한다. 평소에 뭐하냐 물어보면은 그냥 이렇게 지내는데요? 평소에 뭐하냐 물어보지 말고 일 좀 시켜주세요. 굶어죽을까요. 벽 보고 독백만 계속할까요 현장에 가보니까 그만한게 없던데 기회 좀 나눠쓰면 안될까요?"(손수현, '프리랜서' 가사)


영화는 배우 손수현과 정수지가 술 한진을 기울이며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음소거되고 약 3분 동안 흘러나오는 노래로 대화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사처럼 프리랜서 두 사람이 경제적 상황과 근황을 주고 받는 것 만 같다. 그렇게 3분이 지나면 컷 소리와 함께 노래 소리가 사라진다. 손수현과 정수지는 각각 연수와 현지 역을 맡아 '프리랜서'라는 제목의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고 아까 노래 소리로밖에 짐작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노래가 멈추고 본격적으로 그들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전개를 맞이한다.


연수(손수현 분)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프리랜서, 반면 현지(정수지 분)는 프리랜서 킬러로, 얼마 전 체포되었다가 운 좋게 풀려난 상황이다. 그들의 대화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깊숙이 들어가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불안정한 현실에 대한 고뇌와 위험성을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현지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지겨워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살인을 시도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에 연수는 고민하던 부탁을 하게 되고, 둘은 술집을 나선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다층적인 의미를 탐구한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정하고 고립된 현실이 존재한다. 손수현은 감독으로서,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이 작품을 통해 '프리랜서'라는 단어가 가진 현실을 날카로우면서 위트있게 파헤친다.


프리랜서들이 겪는 경제적 불안, 불확실성, 그리고 일에 대한 소외감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담하지만 친근한 대사들이 흥미롭다.


직업적 안정성이 부재한 프리랜서들의 고군분투와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그려내며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10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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