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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더 떨어진다…침체된 경기 '회복의 시간' [긴축 시대 마침표①]


입력 2024.10.14 06:00 수정 2024.10.14 06:00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3년 2개월 만에 긴축 기조 '종지부'

가계대출 이자 부담 3조 감소 추산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 여부 '촉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3년 넘게 이어져 온 통화정책 긴축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 들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다소 누그러진 만큼, 이제는 침체된 경기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총 0.75%포인트(p)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권의 숙제인 가계부채 동향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결정했다. 종전 3.50%에서 0.25%p 하향한 것이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고 완화로 돌아서게 됐다.


한은이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기조를 끝낼 수 있었던 건 그 동안 금리 인하를 제약해 온 여러 가지 장애물들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앞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더불어 국내에서 물가안정, 가계부채 둔화 등이 확인되면서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는 내수부진 우려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로 깜짝 성장을 기록하자,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종전보다 0.4%p 높인 2.6%의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에는 0.2% 역성장을 기록하자 최근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OECD의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2.6%)보다는 낮고 한국은행(2.4%)보다는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과는 같다.


KDI은 10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앞서 9월 경제동향에서도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부진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가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향후 대출금리 등 금융 비용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통상 시장 금리도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 역시 줄어들면서 결국 대출금리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내리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5만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대출 규모가 큰 고소득자에서 이자 부담 감소 폭이 컸다.


기준금리 0.25%p 인하로 상위 30% 고소득자의 이자 부담은 1조9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위 30~70% 중소득자는 8000억원, 하위 30% 저소득자는 3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 일각에선 한은이 이번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0.25%p씩 세 차례, 총 0.75%p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 2회 낮추고 하반기 동결해 2.75%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다만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91.1%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춰야 우리 경제에 부담이 덜하다고 보고 있다.


금통위도 이에 대해 우려하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은 아직 더딘 모습”이라며 “향후 성장 경로는 내수 회복 속도, 주요국 경기와 IT 수출 흐름 등에 영향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이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위험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 인하 속도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서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처럼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씩 내릴 상황은 아니”라며 “우리도 미국처럼 크게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빌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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