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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교습중 '다리절단' 상해…법원 "교통사고 특례법 적용 안 돼"


입력 2024.10.16 10:45 수정 2024.10.16 10:45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피고인,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 넘겨져…대법서 상고 기각

재판부 "이 사건, 단순히 이동 과정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법원 ⓒ데일리안DB

논에서 트랙터로 작업하던 중 사고를 냈다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아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의 재판에서 지난달 27일 장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씨는 2022년 3월 광주 광산구의 논에서 트랙터를 조작했다가 뒤쪽에 서 있던 피해자의 다리가 회전 날에 말려 들어가 절단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장씨는 로터리(흙을 잘게 부수는 일) 작업을 하기 위해 운전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작업 요령을 알려주겠다고 먼저 시범을 보인 뒤 장씨와 교대했다가 사고가 났다.


사건의 쟁점은 교통사고처리법과 업무상과실치상죄 중 무엇을 적용할지였다. 차량의 일종인 트랙터를 운전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본다면 교통사고처리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업무 중 실수로 남을 다치게 한 업무상과실치상죄로 본다면 피해자의 의사가 형량에 반영될 뿐 장씨가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교통사고처리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트랙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고 이 사건 사고는 트랙터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교통사고처리법상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이 사건 사고는 단순히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파기했다.


장씨가 애초에 로터리 작업을 하려고 내린 날에 피해자의 다리가 끼었으므로 이동이 아닌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장씨는 2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교통사고처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2심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면 1심 법원이 다시 재판해야 하므로 장씨의 사건은 광주지법에서 1심부터 다시 열릴 예정이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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