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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 골든타임 끝나기 전에…JY 하고 싶은 거 다 해 [데스크 칼럼]


입력 2024.10.17 14:33 수정 2024.10.17 15:44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위기의 삼성, 사면초가 직면

사법 리스크서 벗어나…이재용 리더십에 힘 실어야

골든타임 놓칠라…이 회장과 삼성에 국가적 차원 도움줄 때

컨트롤타워 재건이든 등기임원 복귀든…할 수 있는 건 다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공자는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게 됐다는 의미다.


공자는 일생을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뒀으며(지우학·志于學), 서른 살에 세상에 바로 섰고(이립·而立), 마흔 살이 되니 미혹됨이 없었으며(불혹·不惑), 쉰 살엔 하늘에 뜻을 알게 됐고(지천명·知天命), 예순엔 듣는 귀가 순해졌으며(이순·耳順), 일흔이 돼선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서 벗어남이 없었다(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고 회상했다.


실제 나이 50에 하늘의 이치를 깨달은 공자는 51세에 노나라에서 처음 벼슬을 했고 73세까지 살았다.


▶삼성전자가 내달 1일 창립 55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을 훌쩍 지나 이순을 앞두고 있는 나이다. 그런데 요즘 삼성을 두고 "삼성답지 않다"는 귀에 거슬릴 소식이 자꾸 들린다.


반도체에서 비롯한 문제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안팎의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의 흐름을 못 읽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확보에 실패하고 파운드리에서는 대만의 경쟁사인 TSMC와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등의 지적이다.


특히 삼성 수뇌부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다. 삼성의 최근 위기에 '리더십 부재'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전영현 부회장이 최근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다"고 사과문을 낸 것도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비난의 화살은 결국 총수인 이재용 회장에게 향한다. 2014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진 이후 이 회장이 그룹경영을 맡았지만, 지난 10년간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1위의 삼성을 이끌려면 지천명·이순이 아니라 종심소욕불유구의 내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회장의 나이도 1968년생, 56세다.


▶일면 이런 지적에는 타당성이 있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이 회장의 삶은 내내 휘청였다. 공자의 잣대로는 지천명이었지만 이 회장의 50대는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요약될 정도다.


2017년 1월18일 '국정농단' 관련 특검 기소 이후 오늘까지 2829일, 403주 6일, 93개월 21일, 7년 8개월 26일 동안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이 기간 동안 구속, 353일간 수감, 집행유예 석방, 207일간 재수감, 가석방이 이어졌다. 2022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경영권 승계' 재판과 관련해 지난 3년 5개월간 총 109차례 열린 재판, 법원 허가를 받아 빠진 11차례를 제외하곤 법정에 98번째 출석했다.


2022년 10월 27일 회장 취임 당일, 작년 취임 1주년 때도 법정에 나와야 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 몇 년 재판받고 결국 대법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도 여러분 인생이 절단난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했던 말 그대로다.


이런 처지에서 리더십을 상황에 맞게 변화시키며 조직을 이끌어 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삼성의 위기는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반박으로 돌아온다. 각종 사법 위기로 이 회장을 꽁꽁 묶어 놓고 혁신을 주문하는 건 자가당착이며, 여전히 모든 일정이 재판을 중심으로 짜이고 주요 해외 일정도 법원의 허가를 받게 못 박아놓고 리더십을 보이라고 등 떠미는 것도 모순이다.


10년의 세월이 변화시킨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계절 바뀜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이 항상 담겨 있다. 1년 단위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반복되지만 1년 전과 같을 수는 없다. 다시 원래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전과 다른 상태로 계속 진보 혹은 퇴보한다. 그게 무려 10년이다.


결국 지금은 이 회장과 삼성에 국가적 차원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조직에 위기를 쇄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어 이 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호불호를 떠나 삼성은 한국 경제, 더 나아가 AI 시대에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비중을 가진 존재다.


컨트롤타워의 재건이든 등기임원 복귀든 이 회장이 앞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경영을 할 수 있게 묵묵하게 뒤에서 응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


사실 지천명의 나이를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자신의 처지와, 돌아가는 주변의 상황과, 타인의 표정 정도는 읽을 줄 알게 된다. 마침 '삼성 저격수'로 불리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도 생애 첫 주식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제는 모두가 삼성의 위기를 말하고 삼성전자를 비판할 때 오히려 삼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응원을 하려 한다. 그것이 생애 첫 주식거래를 삼성전자로 한 이유 중 하나"라는 그의 말에 공감한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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