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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주식·채권까지 맡기고 대출…돈줄 찾는 기업들


입력 2024.10.22 06:00 수정 2024.10.22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유가증권 담보로 16조 넘게 빌려

고금리에 자금 조달 어려움 가중

통화정책 전환되며 '숨통' 트일까

기업대출 증가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을 담보로 받고 내준 대출이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속에서 돈줄을 찾는데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제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며 통화정책 전환에 시동이 걸린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0개 모든 은행들이 실행한 유가증권 담보대출 잔액은 총 16조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8612억원) 늘었다.


유가증권 담보대출은 통상 기업이 이용하는 대출 상품이다. 주식이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진다. 2020년 말부터는 기업의 특허권과 지적재산권도 담보로 인정돼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에서 나간 유가증권 담보대출이 8조565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Sh수협은행 역시 2조3417억원으로, NH농협은행도 1조1673억원으로 각각 7.2%와 7.5%씩 늘며 해당 금액이 조 단위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유가증권 담보대출은 1조7068억원으로 54.7%나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신한은행(6116억원) ▲BNK부산은행(3519억원) ▲IBK기업은행(3009억원) ▲KDB산업은행(2798억원) ▲iM뱅크(1836억원) ▲우리은행(1565억원) ▲한국수출입은행(1095억원) 등의 유가증권 담보대출 잔액이 1000억원을 웃돌았다.


유가증권 담보대출이 몸집을 불리는 건 그만큼 유동성에 목마른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가증권 담보대출은 기업이 금융사에서 어떻게든 더 많은 돈을 빌리려 할 때 주로 활용되는 상품이다. 유가증권 담보는 기업이 부동산 등 정식 담보만으로 부족한 대출 한도를 조금이나마 늘리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담보로 대출을 더 받는 식이다.


특히 장기간 이어져 온 역대급 고금리는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고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시장이 위축되자, 대출 한도를 늘리고자 유가증권 담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겨우 대출을 받았더라도 불어나는 이자는 기업에게 새로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그래도 마침내 기준금리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다. 한은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직 신중론도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올해 초부터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고, 오히려 생각보다 그 시점이 많이 미뤄졌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런 전망이 일찌감치 반영되며 시장 금리가 미리 내려간 만큼, 통화정책 전환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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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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