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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7% vs 35.4%…지분늘린 영풍·MBK,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예고


입력 2024.10.28 10:20 수정 2024.10.28 10:28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영풍·MBK 연합 38.47%, 최윤범 우호지분 35.4%…공개매수 지분격차 3.07%

양측 모두 과반 이상 확보 못해…영풍·MBK 연합 "임시 주주총회 소집" 예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과 박기덕 사장(왼쪽), 조현범 변호사가 10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총 11.26%를 확보했다. 이로써 한달여간 진행된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는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한 상황으로 종료됐다. 양측은 곧바로 자신들에 우호적인 입장문을 내며 경영권 분쟁 '2라운드'를 시사했다.


고려아연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서 지난 23일 마감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총주식의 11.26%인 233만1302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이번 공개매수로 9.85% 지분(204만30주)을, 우군으로 함께 참여한 베인캐피털은 1.41% 지분(29만1272주)을 확보했다. 이로써 고려아연 측의 우호 지분은 기존의 33.99%에서 35.4%로 높아지게 됐다.


당초 고려아연 측은 MBK 연합보다 높은 89만원의 공개 매수가를 제시해 유통주 대부분에 해당하는 최대 약 20% 지분을 매수함으로써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저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MBK 연합이 지난 14일 먼저 끝낸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먼저 확보함으로써 시중 유통 물량이 감소해 고려아연 측의 목표에는 못 미친 결과를 내놨다.


경영권 분쟁의 '1라운드'로 점쳐졌던 공개매수가 종료된 가운데, 양측은 이날 각각 입장문을 내고 자신들에 유리한 정황을 강조하며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를 예고했다.


고려아연측은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는 당사가 언론과 시장에 설명해온 유통물량이 합리적이고 정확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라며 "그동안 MBK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 20%가 시중 유통물량보다 적다는 취지의 풍문 등을 통해 6만원의 확정이익이 보장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주 공개매수만으로는 주주와 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다 청약하지 못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한편 MBK와 영풍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시그널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킨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매입하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추후 이사회 등을 거쳐 자사주 소각 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광일(가운데)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MBK 연합 측은 이날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의 재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소신 있는 판단을 내린 주주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MBK 연합 측은 "다수의 주주분들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주주분들께서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를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공개매수가보다 주당 6만원이나 높았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많은 수의 주주분들이 청약하지 않았다”며 “이는 MBK와 영풍이 최 회장의 대리인 문제를 해소할 경우, 고려아연의 거버넌스가 개선돼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것이고, 전문 경영진들이 올바르게 고려아연을 경영하게 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주분들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려아연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하는 한편 이른 시일 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을 예고했다.


MBK 연합 측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서 주주분들께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려고 하는지, 최 회장의 전횡으로 인해 무력화됐던 이사회 기능은 어떤 방법으로 회복시키고자 하는지 상세하게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장내 매수 및 우호 지분을 통한 지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한 승기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업계는 장내매수를 통한 의결권 있는 주식 확보 경쟁을 점치고 있다.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장내에서 확보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MBK 연합 측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건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이 이사 후보로 오르는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MBK·영풍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를 이사회가 거부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법원 결정을 받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지만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고 결정을 받아내는 절차가 최소 1~2개월이 걸리는 만큼, 주총의 실제 개최 시기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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