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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되는 놈만 된다’…강남·한강변 알짜도 시공사 선정 난항


입력 2024.10.29 06:31 수정 2024.10.29 10:05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방배7구역·신반포2차 등 시공사 선정 번번이 ‘유찰’

출혈경쟁 피하고 수의계약 방식 선호

건설사도 ‘똘똘한 사업장’…수익성 따져 철저히 선별수주

서울 강남권, 한강변 입지를 갖춘 알짜 정비사업장도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권, 한강변 입지를 갖춘 알짜 정비사업장도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에서 천정부지 치솟은 공사비 이슈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지에만 수주 역량을 집중하는 탓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7구역 재건축조합은 이달 8일 세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4월과 6월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방배7구역은 서울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2호선 방배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 인프라가 탄탄한 사업장으로 평가된다. 향후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19층, 316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알짜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데는 소규모 단지인 데다 낮은 공사비가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 조합은 3.3㎡당 98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책정했다. 연면적 1만7549㎡로 총공사비는 1772억원 정도다.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역시 시공사 선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강변 인근 노른자위 사업장이지만 경쟁입찰 구도가 좀처럼 형성되지 않아서다.


총공사비가 1조2800억원으로 대규모 사업지인 데다 입지도 탄탄해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두 차례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 모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며 모두 유찰됐다.


조합은 최근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송파구 한양3차 재건축 역시 건설사들의 외면 속에 유찰됐고, 잠실우성은 GS건설만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용산구 산호 재건축은 한강변 입지를 갖췄음에도 두 차례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세 번째 입찰 공고에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해 조합은 네 번째 입찰 공고를 낸 상태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청약 열기가 살아나는 등 한풀 꺾인 정비사업 수주 시장 분위기도 누그러진 듯 하지만 건설업계 선별수주 기조는 여전하다. 그간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세가 가팔라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건설사 눈높이에 맞지 않은 탓이 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선 비교적 낮은 공사비로 최고급 자재, 고급 커뮤니티 시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길 원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며 “이미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조만간 입주를 앞둔 단지들도 공사비 갈등이 계속해서 불거지다 보니 시공사 선정 과정부터 그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크다. 사업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집중하는 선별수주 기조가 더 강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업체들의 부침이 계속되는 만큼 정비사업 수주시장 내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부도 및 폐업이 줄을 잇고 있어 서울 내에서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똘똘한 사업장’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그간 건설경기는 물론 건설기업 심리 위축 요인으로 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 누적된 선행지표의 악화, 부동산 PF 위기와 불확실성 등이 꼽혔다”며 “공사비 부담은 자잿값 상승세가 한풀 꺾여 공사비 원가에 대한 우려는 차츰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동산 PF 관련 위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PF 부실 사업장 처리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올 2분기 건설업 영업이익률은 3.0% 수준으로 전 산업 영업이익률 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지금 수준에 비해 건설기업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큰 폭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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