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임시이사회 개최하고 2.5조 유증 의결
우리사주 20% 우선배정...영풍 "배임 행위"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방식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으로 시중 유통주식 수가 줄어들자, 유통 물량을 늘리며 영풍·MBK 측의 지분을 희석하는 동시에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3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한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67만원이다. 이달 22∼24일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에 따라 기준 주가 95만 6116원에서 30% 할인율이 적용됐다.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일환이란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증자를 통해 모은 자금을 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결정한 2조5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는 그간 최윤범 회장이 공개매수를 하겠다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금액과 유사한 규모라는 점에서 '결국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채무를 상황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재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투자금 확보처럼 보이지만, 차입금 상황에 주목적이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면서 "실제로 자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우리사주에 자사주를 넘기는 경우는 '배임'으로 법적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의 20%는 우호 지분인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영풍 측 역시 "고려아연 일반 공모 증자 계획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무시하고 유린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일반 공모 증자로 메꾸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일반 공모 증자는 최윤범 회장 스스로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임을 자백하는 행위이므로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선 고려아연의 이같은 결정이 시중 유통 물량을 늘리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이후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까지 이어지면서 시중 물량이 줄어든 상태다. 지난 23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종료된 이후 시중에 남은 유통 물량은 5~6%로 추정됐다. 양측의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장내에서 사둬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전체 주식 수를 20% 늘리게 된다. 여기에 유상증자의 20%는 우호 지분인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다. 이번 유상증자가 우호 지분 확대 전략이란 해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유상증자를 통하면 영풍·MBK 측의 지분 역시 희석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앞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을 영풍의 장 고문이 반대한 바 있다"면서 "이는 영풍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어서였다. 지금 고려아연의 결정 역시 영풍 측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어 우리의 예상보다 장기전으로 뻗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