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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가격제 시행과 물가 그리고 소비자 후생


입력 2024.10.31 06:06 수정 2024.10.31 06:34        데스크 (desk@dailian.co.kr)

프랜차이즈와 배달업체 간 책임 공방 지속

카드 수수료 소비자가격에 부담 전가 안 돼

배달앱 수수료율 인상…물가 자극 악영향

음식 배달 물가 이미지. ⓒ연합뉴스

최근 외식업체들은 배달가격과 매장 이용가격을 다르게 하는 이른바 이중가격제를 시행 중이다. 이는 도시락, 햄버거·치킨 프랜차이즈 영업을 하는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매장에서 이용하는 제품가격 대비 배달시 적용되는 가격을 높이는 게 주요 골자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정당한 이유 없이 수수료를 인상한 배달앱에게 이중가격제 시행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는 등 이중가격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대되자 배달앱 1, 2위를 다투는 업체 간에도 이중가격제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형국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엔 배달 메뉴 가격이 매장 이용가격보다 1000원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중가격제 시행은 사실상 프랜차이즈 업체가 지급하는 배달앱 수수료 보전을 위해 이를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는 행위이다.


카드사의 영업내용을 규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서는 가격차별금지 조항이 있다. 즉 여전법 제19조 4항에서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가맹점 수수료를 신용카드회원이 부담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이는 신용카드 이용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지급 보전 차원에서 상품가격에 추가 수수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해당 규정은 '추가 수수료 부과 금지 규정(NSR)'으로 지칭된다.


신용카드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국내에 비해 낮은 미국과 호주에서는 가맹점의 자율적 영업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NSR을 폐지했다.


각종 부가혜택을 받는 신용카드 소지자 대비 현금결제자가 동일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이른바 NSR이 현금결제자에 대한 역차별을 초래한다는 취지도 일부 반영된 듯하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NSR 폐지로 인해 신용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추가 수수료를 부담시키는 문제점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 호주는 추가 수수료에 대한 상한선제를 운영하는 등 NSR 폐지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후불 결제 선호로 인해 신용카드 이용률이 매우 높고, 대다수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1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여건상 아직도 NSR은 엄연히 유효한 제도이다.


이번 이중가격제 시행의 경우 카드 가맹점이 가맹점 수수료를 판매 가격에 부과했다면 NSR에 저촉된다. 물론 소비자가격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아닌 배달앱의 수수료라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


영세가맹점 대상 부과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현행 0.5~1.5%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은 10%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높다. 더욱이 부가세 및 배달비 등을 반영한다면 가맹점주는 대략 주문 금액의 30%를 배달앱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이로써 NSR에 저촉되지 않는 높은 수준의 배달앱 수수료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것이란 전망은 이전부터 가능했다.


필자는 최근 언론 칼럼을 통해 높은 배달앱 수수료가 결국 소비자가격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배달앱 수수료 등 가격 인상 요인을 해소할 만큼의 비용효율화 역량을 갖추지 못해 이를 판매가격에 전가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소비자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적했었다.


사실 영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업체는 대부분 종업원이 없는 1인 사업 단위이고, 대량의 자재 구입에 따른 구매단가 인하 등의 기회도 많지 않아 비용 절감이 어렵다. 따라서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나서 공식적으로 이중가격제를 들고 나온 것은 필자의 예상과 부합된 결과이다.


배달앱 사업자는 금융사가 아닌 관계로 수수료율 인상을 제한할 제도와 감독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소비자가격 이전을 금지하는 여전법 조항으로 카드를 이용하는 국내 대다수 소비자의 후생이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배달앱 사업체의 경우 무차별적으로 인상하는 수수료로 인해 많은 영세자영업자가 고통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수수료의 판매가격 이전으로 소비자의 후생도 크게 저하된다. 또한 국민 경제적으로도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천정부지로 오른 배달앱 수수료율을 규제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배달앱 사업자도 지급결제업을 영위하는 유사 금융사업자이다. 시장진입 및 영업규제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배달앱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써 빠른 시간에 배달앱의 수수료율 인상을 억제하고 배달앱 수수료가 소비자가격에 이전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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