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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美 상장기업 인수합병 1건당 주주대표 소송 3∼5건, 소송 몸살"


입력 2024.11.04 06:00 수정 2024.11.04 06: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미국 M&A 주주대표소송과 이사 충실의무' 보고서 발간

ⓒ한국경제인연합회

최근 국회에서 이사에게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 중인 가운데, 향후 주주와 이사 간 직접적인 책임 관계가 생기면, 인수합병이나 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 친화적인 미국에서도 인수합병 건당 평균 3~5건의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는데, 소송 사유 대부분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미국 M&A 주주대표소송과 이사충실의무' 보고서를 통해 미국 회사법과 판례, 인수합병 관련 소송을 분석하고, 영미법계의 이사 신인의무 법리를 한국 상법에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기업이 입게 될 피해들을 점검했다.


한경협은 "미국은 회사가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면, 해당 거래에 있어 이사가 신인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주대표소송이 거의 자동적으로 제기된다"며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미국 상장회사 인수합병 거래(1억 달러 이상, 1928건)를 분석한 결과, 매년 인수합병 거래의 71%∼94%가 주주대표소송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주주들 간 이해득실 계산도 달라서, 기업들은 인수합병 거래 1건당 평균 3~5건의 주주대표소송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한경협 측의 설명이다.


한경협은 "미국에서는 통상 인수합병 계획이 발표되면, 일부 주주가 공시 정보 부족이나 중요 사항 누락 등을 이유로 이사 신인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회사와 원고는 ‘단순 추가공시’나 ‘합병 대가 상향 조정’ 정도로 화해(Settled)하거나 소를 취하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며 "이때 회사는 인수합병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원고측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일종의 인수합병 거래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의 인수합병 관련 주주대표소송 비율은 2013년 최고 94%였다가 2016년에 71%로 크게 하락했는데, 이는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델라웨어주 법원의 판결(‘트룰리아 판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트룰리아 판결 이후 인수합병 관련 주주대표소송 건 수 대비 화해 비중은 2009년 81%에서 2018년 8%로 급감한 반면, 원고의 자발적 소송 취하 비중은 2016년 50%, 2017년에는 72%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자발적 소송 취하 역시 회사가 원고측 변호사에 소송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한경협은 "델라웨어주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 관련 소송 남발은 막기 어려운데, 트룰리아 판결 영향으로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되는 소송은 줄어든 반면, 연방법원 등 타지역에서의 인수합병 관련 소송이 대폭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며 "실제로, 미국내 인수합병 관련 주주대표소송의 26%(2009∼2015년 평균) 정도가 연방법원에 제기됐는데, 트룰리아 판결 직후인 2018년에는 91%로 급증했다"고 했다.


한경협은 이같은 현상을 두고, 주주대표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소송에 유리한 지역을 찾아 법원을 쇼핑하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인수합병 관련 주주대표소송이 빈발하기는 하지만,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통해 이사의 책임을 제한 또는 면책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과정에서 이사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경영판단원칙 뿐만 아니라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이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제102조)도 있다. 이사가 고의적으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당한 사익을 취한 것이 아니라면, 회사 정관을 통해 이사의 경영책임을 포괄적으로 면제해 주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처럼 미국은 경영판단원칙과 정관을 통해 이사의 면책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지만, 인수ㆍ합병 과정에서 남발되는 소송은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한국 상법에도 이사 책임 면제 조항(제400조제1항)이 있지만,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주주 수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상장회사에는 적용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이사의 경영판단에 대한 형법상의 배임죄 적용도 기업인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 할 경우,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뿐만 아니라 배임죄 고발도 빈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민법상의 위임계약에 근거해 이사의 책임 범위를 설정한 우리 상법에 미국식 이사 신인의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법 체계에 전혀 맞지 않다”면서, “주주에게 별다른 이익도 없고 기업들은 소송에 시달려 기업 가치 하락의 우려가 큰 만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는 상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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