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 직접 맡아
솔리다임, 세계 최초 122TB QLC 기반 eSSD 양산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솔리다임에 힘을 싣고 기업용 SS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최태원 SK회장이 직접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AI(인공지능) 메모리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솔리다임은 122TB(테라바이트)가 구현된 QLC(쿼드레벨셀) 기반 eSSD(기업용 SSD)를 내년 1분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업계 최고 용량 eSSD를 통해 급성장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솔리다임은 낸드플래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특히 기업용 제품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원래 인텔의 낸드 사업부였으나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10조원 상당을 들여 인수했다.
출범 직후엔 반도체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잘못된 인수'라는 평을 받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7.4조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올해부터 AI 서버에 필요한 QLC eSSD 납품을 시작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14일 발행된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올해 3분기 매출 6조 3856억 원, 당기순이익 3655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2분기 대비 매출은 61%, 순이익은 365% 증가한 수치다.
eSSD는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묶어 만드는 데이터 저장장치로, 서버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고 처리하는 데 활용된다. 이 중에서도 솔리다임은 앞서 언급한 QLC eSSD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한 셀에 데이터를 담는 방식에 따라 구분되는데, SLC는 한 셀당 1비트(bit)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MLC는 한 셀당 2비트를 저장, 그리고QLC는 한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장치다. 다시 말해 고용량을 구현하기 수월하다.
특히 솔리다임은 QLC 기반의 eSSD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용량인 122TB 기반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솔루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최대 용량이었던 61TB 제품보다 용량이 2배 커진 제품이다.
최태원 SK회장이 직접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SK그룹의 AI반도체 전략을 전반에 나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eSSD는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 매출 60% 이상이 eSSD에서 나왔다. SK하이닉스 측은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eSSD의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도 수익성 개선에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SK하이닉스에 eSSD 공급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해당 시장의 성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약 68억 달러 수준인 글로벌 eSSD 시장은 2027년 300억 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eSSD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뒤를 이어 SK하이닉스와 자회사 솔리다임, 마이크론,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솔리다임이 내년 1분기부터 최초로 122TB 공급이 들어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상반기 128TB 제품 양산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