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안보 라인 고위직 4명 수사의뢰 돼
"사드 정식 배치 위한 절차 관련 법령 어겨"
감사원, '고의성'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문재인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상 배치 지연 의혹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文)정부 당시 안보 라인 고위직 인사들이 미사일 교체와 관련된 한미 군사작전을 시민단체와 중국 측에 유출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 특별조사국 1과는 지난달 말 대검찰청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 등이 경북 성주군에 임시 배치돼 있던 사드의 정식 배치를 위한 절차를 관련 법령을 어겨 가면서 고의로 부당하게 지연 시킨 혐의가 확인됐단 주장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감사원이 이들이 사드의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포대의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을 시민단체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문 정부가 국내 정식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드는 핵탄두를 비롯한 각종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미국의 핵심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지면서, 2016년 주한미군이 한국 내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됐다. 그리고 2017년 4월 경북 성주에 사드가 임시 배치됐다.
중국은 사드가 자국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스타 및 한국산 제품 규제)을 비롯한 경제 보복을 가하는 등 사드 한국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사드를 반대하는 특정 성향 시민단체들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한미 정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취임한 문 전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실시 계획 재검토를 지시했고, 2017년 7월 6개월 내 끝나는 소규모 평가가 아닌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그 결과에 따라 사드의 정식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문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5년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의혹은 지난해 7월 31일 전직 군 장성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으로부터 제기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 정식 배치를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였던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미룬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해 국방부 문서를 통해 문 정부 관계자들이 2019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평가협의회 구성을 미뤘단 사실이 드러났다.
예비역장성단은 문 정부가 사드로 인한 전자파와 저주파 소음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감추고, 관련 문서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으로 의심이 된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이런 행위가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사드 정식 배치를 지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