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선, 잇따른 사업자 선정 유찰에 재정사업 전환
사업비 증액했지만…건설업계 “사업성 확보 여전히 어려워”
“공사비 책정 시 물가변동률뿐 아니라 사회적 편익도 반영해야”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잇따라 유찰되면서 공공발주처의 적정 공사비 반영은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폭등에 16년째 표류 중인 위례신사선이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데, 사업이 기약 없이 지체되면서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유찰을 거듭해 온 위례신사선 사업이 민간투자사업에서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된다.
지난 2008년부터 추진돼 온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부터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경전철이다.
당초 2021년 완공으로 목표를 잡았으나, 삼성물산에 이어 GS건설 컨소시엄까지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처음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6년 사업성 문제로 물러났다.
이후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공사비 증액 여부에 대해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철수했다.
결국 시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위례신사선 사업자 선정을 위해 사업비를 증액하고 공기를 늘리는 등 조건을 완화해 입찰에 나섰다.
1차 재공고 때에는 사업비를 최초 공고에서 제시했던 1조4847억원 대비 19%가량 오른 1조7602억원으로 증액했다.
2차 때에는 물가상승률을 일부 반영하는 기획재정부의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라 4.4% 올려 1조8380억원으로 올렸다.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은 협약체결이 되지 않은 수익형 민자사업(BTO) 사업비를 4.4%까지 추가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사 기간도 기본 5년에서 6년으로 연장됐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성이 확보되기에는 낮은 수준의 사업비라는 의견과 함께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자, 재정투자사업으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손을 뗐다는 건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반증”이라며 “발주처에서 공사비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설사들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유찰이 반복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사업 추진에 대해 기획재정부에 공을 넘긴 상황이다.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개통까지 사업이 수년간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예타 면제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에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이미 2013년 입주 시작 당시 총 3100억원의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낸 주민들로서는 경전철 개통이 지연되면서 출퇴근 시 겪는 불편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찰이 거듭된다는 건 건설사들이 오히려 손익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문제는 공공발주처에서도 공사비 증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 등에 따라 최저가 입찰 조건과 같은 단서가 붙어 일정 범위 내에서만 공사비 증액이 가능해 건설사 눈높이를 맞추기엔 한계가 있다”며 “물가변동률뿐 사회적인 편익을 반영해 어느 정도 건설사의 수지에 맞는 공사비를 책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적정 공사비를 제시해 노선을 빨리 개통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지방세수 확보나,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 절약 등 장기적으로 사회적 편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