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트럼프 2기 출범...달러 강세 지속 전망
원가 부담 높아지고 수출 물류비 등도 오를 듯
중국산 원재료 사용으로 수출 제한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원재료를 수입하다 보니 달러 강세에 따른 원가 부담읏 커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특히 K푸드 열풍을 타고 미국 외에 유럽, 아시아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원가 부담과 수출 가격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13일에는 장중 1410원을 넘어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도 1390원대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트럼프 2기가 집권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강조했던 자국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1500원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재료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품업계로서는 원가 부담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K푸드 열풍을 타고 수출을 늘리고 있어 수출지역별로 달러 환율 변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곡물, 유지류, 커피원두 등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 기후 등 영향으로 주요 원재료의 국제 시세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9월(124.4포인트) 대비 2% 상승한 127.4포인트를 기록했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8%, 유지류는 7.3% 상승했다.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지난 6월 121.2에서 7월과 8월 각각 121.0, 120.7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9월에 상승으로 전환된 뒤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커피 원두의 경우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등했다. 이 여파로 인스턴트 커피 1위인 동서식품은 물론 스타벅스도 가격을 인상했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를 경우 식품기업들의 매입 원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K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수출이 늘고 있는 점은 다행이지만, 환율 상승이 지속된다면 원재료는 물론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도 덩달아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한 기업들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인건비와 각종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식품류 대부분 마진율이 높지 않다 보니 원가 변동에 따라 수익성 변동도 클 수 밖에 없다.
수출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 메인 스트림으로 불리는 미국 시장을 넘어 이슬람, 유럽, 아시아 등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역에 따른 세심한 전략 마련은 물론 원재료 원산지에 대한 이슈에도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정책을 강화할 경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는 기업은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공식품, 간편식에 중국산 농산물 사용하는 기업이 많다 보니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 전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셈이다.
식품기업 한 관계자는 "내년 사업전략을 준비하면서 환율이나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문제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원재료의 경우 길게는 1년 전에 계약을 하다 보니 시간이 있지만 환율 문제는 바로 적용되다 보니 그때 그때 대응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