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호·넥센타이어, 트럼프 2기 출범에 '긴장'
트럼프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 실현할까
美 현지 생산 필수… 공장 없는 넥센타이어 '비상'
우려했던 '트럼프 2기'가 현실이 되면서 국내 완성차는 물론 타이어 업계도 숨을 죽이고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보편관세' 공약이 시행될 경우 미국 내 판매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 타이어 3사의 미국 매출 비중은 최소 25%에서 31%에 달한다.
앞으로 최소 4년간 미국 시장에서의 수익과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능력과 부족한 물량을 조달할 해외 공장의 보편관세 대상국 유무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내년 초 트럼프 2기 정권 출범으로 인한 미국 시장에서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다수 포진한 미국에서 그간 판매를 확대해왔으나,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전략을 전면 개편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국내 타이어 3사가 분주해진 핵심 원인은 트럼프가 대선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보편 관세'다. 보편 관세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타이어 3사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타이어를 한국에서 수입할 때 관세를 최소 두 배 이상 내게 된다. 현재 미국의 한국산 타이어 반덤핑 관세는 4~5% 수준이다.
관세 상승은 미국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4분의 1 가량을 벌어들이는 타이어 3사엔 매우 예민한 문제다. 미국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미국 공장 뿐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의 수입이 불가피한데,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에서의 타이어 판매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어서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의 29%, 금호타이어는 31%, 넥센타이어는 27%를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타이어업체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한국 브랜드의 타이어가 10만원, 미쉐린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타이어가 15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 브랜드의 타이어가 관세 상승으로 인해 가격이 15만원으로 뛰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경쟁 브랜드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미국 내에서의 점유율과 판매량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악화를 피하기 위해선 미국에서의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않다. 미국 내 이미 생산 공장이 있더라도 미국 내 수요를 모두 커버하기엔 역부족이고, 아예 미국 내 생산 공장이 없는 업체도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미국 테네시에 공장을 갖고 있고, 북미 시장에서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했지만 이를 통해 당장 미국 내 물량을 전부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초 증설이 완료된 이후 품질 안정화 등 작업을 거치려면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증설 이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해외 공장에서의 수입이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 역시 조지아 공장을 갖고 있지만, 미국 생산 물량 만으로 현지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베트남 등에서 부족한 물량을 조달하고 있지만, 베트남 마저 향후 관세 부과 대상국이 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부담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한국, 베트남을 제외하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중국 생산품에 대해선 60% 관세를 엄포한 상황이라 사실상 중국 공장에선 수출이 불가능하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 중 가장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에 생산 공장이 없어 그간 체코, 한국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미국 수요를 맞춰왔기 때문이다. 현재 5번째 신공장을 착공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지만,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 하더라도 완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보편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타이어업계는 보편관세 대상국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정책이 시행된 후에야 생산 최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공장에서의 생산량을 최대화하면서 관세율이 낮은 국가의 공장에서 물량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관세 정책을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관세를 높이겠다는 위협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책을 짜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판매량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에서의 판매 전략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도 중요하다. 생산공장별로 어떻게 최적화 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