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중, 최근 화해 분위기 조성
업계에선 KDDX 사업 속도 붙을 것으로 전망
내달로 현장실사 결정, 연내 일정 소화 어려워져
방사청 "업체 지정 지켜본 뒤 선정 방식 고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이 연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산업체 지정을 위한 절차가 연말로 밀리면서다. 앞서 지난 9월 방위사업청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을 연내 마무리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26일 정부 및 방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 중 하나인 현장 실사를 내달 진행한다. 각 사별 건조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최근 산업부는 KDDX 방산업체 지정을 위한 생산능력판단기준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한 두 기업에 대한 현장 실사는 12월로 예정됐다"면서 "생산 능력과 장비, 인력 등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절차에 맞게 두 업체가 협조를 신속하게 잘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산업체 지정을 위한 중요 일정인 현장 실사 작업 등이 내달로 결정되면서 KDDX 사업자 선정은 연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규정상 산업부가 현장 실사를 마쳐야 방위사업청이 국군방첩사령부와 함께 보안 측정·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역시 수일이 요구되고, 해당 절차 이후에야 방사청이 심의를 통해 업체 선정 방식, 즉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산업체 지정이 공식적으로 완료된 후에야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한 방향성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KDDX 사업은 국내 기술로 6000t급 신형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 7조8000억원의 사업비 투입이 예상된다. 방사청은 해당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에,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에 맡겼다. 이후 절차인 상세설계 및 초도함 제작 업체 선정을 두고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이며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양측의 주도권 싸움은 경찰 고발로도 이어졌다. 한화오션 측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관련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한 과정에서 임원 개입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맞서 지난 5월 한화오션 직원들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만큼,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의 수의 계약은 진행되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날선 공방전을 펼치던 양사는 최근 서로를 향했던 경찰 고발을 취소하며 상호 고발전을 마무리지었다.
한화오션은 지난 22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5일 각각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두 업체가 고소 취하 배경으로 ‘국내 조선업 발전’과 ‘K-방산 경쟁력 강화’를 꼽은 만큼 지난 7월부터 밀려왔던 KDDX 사업자 선정이 연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방산 분야 한 연구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마무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서 "애초 계획했던 7월부터 지금까지 뒤로 미뤄지는 것은 국방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