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의무 매입' 양곡관리법 민주당 주도 통과
대통령·가족 수사시 특검 추천 자격 제한
'상설특검 국회규칙 개정안'도 與 배제
"민주당 산하에 검찰청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쌀값이 급락한 경우 정부가 해마다 남는 쌀을 국민 혈세로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관련 4법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배우자 등 가족 관련 사안이 수사 대상일 경우 상설 특별검사 추천 시 여당을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상설특검 국회규칙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 됐다.
야당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54인, 찬성 173인, 반대 80인, 기권 1인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당론으로 발의된 양곡관리법은 쌀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라는 명목 하에 제시됐다. 쌀 생산량이 초과되거나 쌀값이 급락한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국민 혈세로 매입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야당은 쌀값 안정화와 농가 소득 불안 해소를 위해 쌀 의무매입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권리를 실현하고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45년 만에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젖은 농민과 농촌 전반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무매입조항이 과잉 생산의 부작용을 촉진시키고, 막대한 정부 재정부담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태국에서도 유사한 법제가 제정됐다가 재정 파탄을 초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양곡관리법은) 농가가 쌀을 과잉생산해 쌀값이 떨어지고, 남는 쌀을 나랏돈으로 의무 매입하게 되면 결국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의 악순환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은) 설상가상으로 농림부 장관 해임 건의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며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농민들 표를 챙기겠다는 '악성 포퓰리즘'이며, 과거에도 반복된 재탕·삼탕 법안 추진으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재석 281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된 '상설특검 후보 국회규칙 개정안'(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친·인척의 위법사건 수사의 경우 여당의 상설특검후보추천위원 추천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설특검 임명을 위한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된다. 현행은 국회에서 추천하는 4명의 위원을 제1교섭단체와 이 외 교섭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총 7명으로 이뤄지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 구성에서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5명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 1명씩 추천하고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한다.
기존 여당 몫 2명은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많은 2개 정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게 되고, 의석수가 같으면 선수(選數)가 앞선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이 우선권을 갖는다.
현재 의석수를 고려하면 조국혁신당, 그리고 각각 3석을 갖고 있는 진보당과 개혁신당 중 재선인 윤종오 의원이 있는 진보당이 추천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발해 개혁신당은 소속 의원 3명 전원이 개정안에 반대했다.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개별 특검과 달리 상설특검은 2014년 이미 제정된 법률을 근거로 구성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보다 검사 숫자가 적고 활동 기간도 짧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규칙 개정안 표결에 앞서 "민주당이 상설특검의 추천권을 독점하면 특검이 언제 발동할지, 무엇을 수사할지, 어떤 특검을 고를지 모두 민주당이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 마디로 민주당 산하에 검찰청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