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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사적 제재’…통쾌함과 우려 사이 [D:방송 뷰]


입력 2024.12.01 13:37 수정 2024.12.01 13:3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가벼워지고, 잔인해지는 '사적 복수'

왕따 피해자가 직접 응징에 나서는가 하면, 마약·데이트 폭행 등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의 가해자가 복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법적 처벌이 아닌, 주인공들의 직접 응징을 통해 ‘쾌감’을 배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적 제재’, ‘사적 복수’의 ‘시원함’을 강조하는 범죄물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열혈사제’ 시리즈의 열혈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은 두 시즌 연속 악인들을 처단 중이다. 전 시즌에서는 김해일과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돌입했다면, 이번 시즌에선 마약 범죄에 맞서고 있다. 김해일을 필두로 구대영 형사(김성균 분), 박경선 검사(이하늬 분)가 뭉쳐 마치 ‘히어로’처럼 활약하며 시원함을 선사 중이다.


‘열혈사제2’ 직전에는 ‘지옥에서 온 판사’가 죄인들을 심판했다. 반성하지 않는 살인자 10명을 죽여야 하는 악마 판사 강빛나(박신혜 분)가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잔혹하게 응징하며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었다.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가 가족들과 합심해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담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도 ‘시원한 응징’을 예고하는 등 ‘복수극’이 드라마 시장에서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시원한 액션 또는 나쁜 놈이 벌을 받는 과정에서 나오는 ‘쾌감’이 이 같은 복수물의 강점이다. 데이트 폭력, 마약 문제 등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범죄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끌어내며 화제성을 높이기도 한다.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원한 복수극’이 선호되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지적된다.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지만, ‘악마에서 온 판사’처럼 응징 순간을 지나치게 ‘잔인하게’ 다뤄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간과하게 하는 작품이 나오고 있다. ‘악마에서 온 판사’ 초반,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직접 폭행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때 피칠갑이 된 가해자의 얼굴이 담겨 ‘잔혹성이 도를 지나쳤다’는 반응을 얻었다.


‘열혈사제2’처럼 ‘코믹’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작품들도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무겁고, 진지한 작품보다는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선호되는데, 이에 메시지의 비중은 낮아지고, ‘사적 제재’의 시원함을 강조하고 있어 우려가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법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여기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도 이 같은 콘텐츠들이 흥하는 이유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콘텐츠들이 흥미를 강조하는 사이, 사적 제재에 대한 위험성은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 드라마를 넘어 현실에서도 ‘사적 제재’가 응원을 받고 있어 문제가 되는 가운데, 드라마들이 ‘사적 제재’를 시원함의 도구로 삼으며 앞장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유튜브상에서도 범죄자들 직접 처단하며 응원을 받는 유튜버들이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마약 범죄자를 신고한 뒤 검거 과정을 생중계한 유튜버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지난 13일 전직 유튜버 A씨에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으며, 이는 사적 제재를 명분으로 한 위법 행위에 제동을 건 판결로 해석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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