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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이을 '한탕주의'…짠 은행 금리에 주식·비트코인 '베팅'


입력 2024.12.02 06:00 수정 2024.12.02 06:00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은행 예금금리 계속해서 떨어지자

한번에 큰 이익 꾀하는 사람 많아져

부작용 막을 정부 정책 뒷받침 돼야

서울 시내에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의 예금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한탕주의가 더욱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들어서면서 은행 이자를 기대하기 보다 한번에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미국 주식, 가상자산 등의 투자를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영끌로 인한 가계부채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36%로, 지난달 말보다 0.03%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함에 따라 예금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은 잇따라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 등의 예금 상품에 대해 0.10~0.25%p 인하했고, 신한은행은 거치식 예금 14종 상품의 금리를 0.05~0.15%p 내렸다. 하나은행은 369정기예금 등 수신상품 11종에 대해 기본금리를 0.05~0.25%p 하향 조정했고, 우리은행 역시 적립식예금상품인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를 0.20%p 낮췄다. 농협은행은 거치식 예금 금리를 0.25~0.40%p 인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은행에서는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다. '트럼프 랠리'에 따라 미국 주식과 가상자산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속도를 붙이면서 한번에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에 돈이 몰리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기업 직원이 코인 투자로 100억원 벌고 퇴직했다’는 투자 성공담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생은 한방, 너무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새로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이도 늘고 있다.


문제는 한탕주의 투자 흐름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다시 폭발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금리 인하기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족'들이 나타난 것처럼, 이번에도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으로 인한 부채 규모가 또다시 확대되지 않게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진작에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출금리 하락이 뒤따라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당국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정당국의 관련 제도는 미약한 실정이다. 실제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한 상품인 '청년도약계좌'도 힘을 못쓰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상품은 최고 연 9.54%의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의 성장세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도약계좌에 편성된 올해 예산은 약 3590억원인데 반해, 올해 3분기까지의 실집행액은 2138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정부 정책이 나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에 큰 목돈을 만지고 싶어하는 청년 세대로선 낮은 수익률에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예, 적금이나 정책상품을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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