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올해 사명 변경+신개념 전시장 5곳 오픈
차량 전시 외 굿즈 판매 및 카페 운영… '복합 문화 공간'
'르노삼성' 집어던지고 '프랑스 태생' 집중 공략
4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 총력… 국내 투자 확대
#포지티브적 해석: 가격 자꾸 오르는 국산차 시장에서 한 줄기 빛.
#네거티브적 해석: 프랑스고, 프랑스 할아버지고, 결국 '르노삼성' 시절 뛰어넘어야.
르노코리아가 '예쁜 전시장'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에 박혀있는 '자동차 대리점', '자동차 전시장'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컨셉을 밀고 있어선데요. 알록달록한 색과 굿즈, 카페까지 입점해 '자동차 전시장 맞아?'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르노코리아는 벌써 올해에만 이런 전시장을 5곳이나 오픈했는데요. 벽지만 바꾼다거나, 차량 위치만 변경하는 수준이 아닌 만큼 매장 하나 하나에 투입되는 비용도 꽤나 소요됐을 겁니다. 내년에도 오픈할 곳을 계속 늘릴 예정이고요. 그렇다면 왜 '전시장'에 목숨을 거는 걸까요?
우선 르노코리아가 열었다는 '새로운 전시장'이 대체 뭔지,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죠. 르노코리아는 이런 전시장을 'rnlt 매장'이라고 하는데요. rnlt는 renault(르노)를 축약한 문자입니다. 기존 전시장에서 벗어나 고객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고, 다양한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장을 일컫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해야하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적합하겠죠. 올해 오픈한 5개의 전시장은 각각 스타필드 수원, 서울 성수동, 경기도 분당,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에 위치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이죠.
저도 올 초 '르노 성수'에 다녀와본 적이 있는데요. 거대한 건물 크기와 알록달록한 색감, 마치 호텔에 들어가는 듯한 입구까지, '자동차 전시장'이라기엔 굉장히 성대했습니다. 1층에서는 르노 굿즈와 차량이 전시돼있고, 2층엔 카페가 입점해 편하게 앉아서 쉴 수 있었어요. 간판에 적힌 'renault'라는 프랑스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들어가보니 단번에 이해가 됐죠.
비싼 땅에 높은 임대료, 내부를 다 들어내고 다시 꾸미는 비용까지 합하면 적은 액수가 투입된 건 아닐텐데요. 르노는 왜 '전시장'에 공을 들이는 걸까요? 국내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 사이에서 전시장 컨셉으로 승부를 보려는 걸까요?
르노가 풀어야하는 숙제를 들여다보면 답이 명확해집니다. 테슬라처럼 갑자기 한국에 뚝 떨어진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한국에서 '르노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과 함께해온 브랜드고, 르노삼성 때는 현대차·기아가 견제하는 명확한 경쟁상대였거든요. 그 당시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지금 '르노'를 떠올리면 '르노삼성'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삼성과 작별하고, 프랑스 브랜드 '르노'가 혼자 한국에서 길을 걸어야하는 상황이 된건 2022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삼성'을 떼고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했죠. 르노가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고요. 사명 변경 이후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기존에 운영하던 모델들로만 연명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정체성이 없어지고, 신차마저 출시하지 못하는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 월 1000여대를 겨우 판매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한참을 고전하던 중 자생 방법으로 '신차'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는데요. 중국의 지리그룹과 손을 잡고, 지리가 소유한 자동차 브랜드들의 플랫폼을 가져다 쓰기로 했습니다. 지리와의 합작 프로젝트 이름은 '오로라'였고요.
그리고 올해는 프로젝트의 첫번째 모델, '오로라1'이 출시되는 해였습니다. 4년 만의 신차 출시 이전 올해 초 부터는 '프랑스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방향을 세우고, 사명을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로 다시 한 번 바꾸기도 했죠. 이와 함께 시작된 것이 바로 'rnlt' 매장이고요. 오로라1의 정체는 예상하셨겠지만, 지난 9월 출시된 '그랑 콜레오스'입니다.
이렇게 보니 '그랑 콜레오스'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브랜드 방향성을 다시 잡겠다는 르노의 결심이 느껴지죠? 오랜 기간 한국에서 뿌리내렸던 '삼성'을 지우고 '프랑스 태생 르노'를 다시 브랜딩하기 위해선 차만 출시해선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던 거죠. 'rnlt' 매장은 그랑 콜레오스를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삼성'보다 '프랑스의 세련됨'을 온 몸으로 느끼길 바랬던 것 같고요.
놀라운 점은 여태까지 오픈한 5개의 전시장이 대부분 대리점이라는 건데요. 르노 성수를 제외하면 대구, 대전, 분당, 스타필드 수원에 위치한 rnlt 매장은모두 '점주가 운영하는' 대리점입니다. 르노코리아가 기존 대리점 점주에게 매장 컨셉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rnlt 매장이 된 것인데요. 하루 아침에 rnlt 매장을 운영하게 된 점주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대전 유성반석대리점의 경우 소비자들이 '수입차 매장을 찾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확 바뀐 대리점 컨셉을 보고 나서 '그랑 콜레오스'를 시승한 소비자들이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민성원 거점장은 데일리안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르노 브랜드 차량은 고객이 직접 시승 후 구매 비율이 높다. 따라서 시승 상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객 맞춤형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차는 물론, 디 오리지널 굿즈, 상담고객을 위한 미니바 등 고객에게 르노 브랜드의 새로운 경험까지 제공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력의 결과일까요. 르노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는 9월에 출시된 이후 3달간 판매량이 쭉쭉 오르면서, 지난달엔 무려 6000대를 넘게 팔아치웠는데요. 프랑스 브랜드임을 꾸준히 내세우면서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 가격을 낮춘 것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만들어진다(Born in France, Made in Korea)'던 새로운 비전이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가닿은 것이 아닐까요? 뛰어난 내구성으로 인정받던 삼성 시절의 영광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어쨌든 한국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국산 신차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상품을 얻게 되는 것이니, 기대해볼 만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