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탄핵 표결…정권 명운 분수령
공식 일정 중단·수습책 고심…국정동력 바닥
尹·여권 수뇌부 회동했지만, 결론 無
5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국무위원들도 일제히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을 비공개로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 5선의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과 만나 비상계엄 사태 수습책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윤 대통령이 정치적 자살 행위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마주하게 될 정치적 상황은 자진 하야와 탄핵 등 크게 두 가지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임기 단축 개헌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탄핵소추안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김종민 무소속 의원이 서명했다. 야당은 5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6일 또는 7일에 표결하기로 하는 등 속도전에 돌입했다. 야 6당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전날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채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군인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등 헌법 위반했다"고 밝혔다.
국회법 제130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 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적의원 300명 중 야당과 무소속 의원이 192명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의원이 찬성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가결된다. 이번 계엄 사태로 여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등으로 고소·고발도 당했다. 위헌·위법적인 계엄령을 발령해 국헌문란을 저질렀다는 이유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을 '형법 제87조 내란죄'와 '군형법 제5조 반란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고,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 3당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범죄에 대해서 기소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갖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헌법 84조)'에는 형사소추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국민 신뢰에 기반한 국정운영이 더 이상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하야를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폭거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할 경우, 사태 수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고, 탄핵과 달리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받을 수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예우는 대통령연금, 유족연금,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본인 및 가족의 치료 지원 등이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탄핵 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호를 제외한 모든 혜택이 정지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이나 내각제 개헌 등으로 정국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가 운영구조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야당과 협상해 거국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탄핵 습관화를 우려하며 "탄핵보다는 헌정 질서를 지키며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 총리와 한 대표, 추 원내대표, 주 부의장 등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1시간 넘도록 만나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습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된 내각 총사퇴와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청했다고 한다. 탈당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부)·대(통령실)가 모여 계엄 후속책을 논의할 때 한 총리와 정 비서실장에게 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폭거를 하니 그것을 막기 위해 계엄을 한 것이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논의와 관련해 "진지하게 현 상황에 대해 논의했으며, 견해차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탈당 이야기는 나온 적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대국민담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