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부부 이야기 담는 ‘지금 거신 전화는’
계약 결혼 통해 관계 고찰하는 ‘트렁크’
협박 전화를 받으며 변화를 겪는 3년 차 쇼윈도 부부부터 계약 결혼을 하게 된 커플까지. 예능을 넘어 드라마에서도 부부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비밀을 파헤치는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다.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유연석 분)과 우리나라 최고 언론사주 둘째 딸인 수어통역사 홍희주(채수빈 분)는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대화조차 없는 쇼윈도 부부다.
어느 날 백사언이 홍희주가 납치됐다는 협박 전화를 받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로맨스 스릴러’라는 장르답게, 납치 사건의 진범을 찾는 과정이 흥미를 유발한다. 동시에 이 사건을 통해 각자의 언어로 소통을 사직하게 된 백사언, 홍희주 부부의 관계가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결혼’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끔 한다.
넷플릭스 ‘트렁크’에도 잘못된 관계를 맺는 부부들이 등장한다.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는 한정원(공유 분)이 전 아내 이서연(정윤하 분)의 강요에 의해 계약 결혼을 하고 이때 만난 노인지(서현진 분)에게 점차 빠져들며 된다.
어린 시절 당한 학대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진 정원이 서연과 어긋난 관계를 맺게 되지만, 인지를 만나며 변화를 겪게 된다. 인지 또한 과거 상처로 인해 계약 결혼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인물로, 두 사람이 점차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진정한 관계의 의미가 도출된다.
앞서 tvN·티빙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 또한 ‘계약 결혼’이 메인 소재였으며, tvN ‘눈물의 여왕’은 3년 차 부부의 위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었다.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JTBC ‘이혼숙려캠프’, MBN ‘고딩엄빠’ 등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 또는 일반인 부부들이 갈등 상황에 대해 직접 털어놓으며 상담을 받고 있다면, 드라마에서는 위기와 극복 또는 위기와 해소 과정을 통해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물론 진짜 현실을 담는 리얼리티 예능과는 달리,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느끼며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긴 하지만, ‘트렁크’처럼 각자의 길을 걷는 결말로 현실감을 높이는 작품도 없지 않다.
한 방송 관계자는 ‘결혼’, ‘가족’에 대한 달라진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로맨스 장르나 드라마 장르에서는 가족이나 결혼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요즘엔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 않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최근 웹툰, 웹소설,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기존의 영화, 드라마에선 못 봤던 설정들이 더해진다. 메시지를 색다르게 풀어내는 방식이 창작자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