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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지배구조 개편, 끝내 무산..."계엄 후폭풍"(종합)


입력 2024.12.10 15:26 수정 2024.12.10 18:57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두산, 오는 12일 임시주총 개최 철회

"외생변수 예측 못해...불확실성 커"

체코 플젠에서 진행된 '한국·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앞줄 왼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

두산그룹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끝내 무산됐다. 논란으로 불거졌던 합병 비율을 재산정 하는 등 각고의 노력에도 임시 주주총회 개최마저 불발되며 합병이 좌초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주의적 행태인 비상 계엄 사태로 주가가 큰 폭 하락한 점이 무위의 요인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공시를 통해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하여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님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본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또한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러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주님들께 계속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결정 해서 회사의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철회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산정한 합병 비율을 두고 소액주주 및 금융당국의 거센 비판이 일자 비율을 변경하는 등 조치를 거쳐 지난 10월 분할·합병안을 확정했다. 당시 제출한 제6차 정정신고서가 지난달 22일 효력이 발생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안을 의결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주주 총회에서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되 사 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은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었다.두산에너빌리티는 한도를 최대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는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하락해 주식매수청구권리를 행사할 주주들이 늘어나 한도를 넘어서게 될 것이란 점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최대주주 ㈜두산이 의결권 기준 68.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소액주주의 지분이 65%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얘기가 달라진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 종가 1만7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전엔 2만1150원었으나 사태 직후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날도 1만7070원~1만7090원대를 횡보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파문이란 외생 변수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기권표를 던진 것도 문제가 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이날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 가액보다 높은 경우에만 '찬성'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반대로 낮은 경우는 주식매수청구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인데, 국민연금은 보유한 6.85% 지분을 모두 행사해도 한도 6000억원을 넘어선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나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커진다. 이 경우 재무상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두산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분할합병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공개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외생변수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두산은 우선 외부 환경이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정리하며 다음 스텝을 구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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