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어려움 속 정치적 불확실성 더해져
K푸드 위상 ‘흔들’…원재료 가격 상승 등도 문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K-푸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예정돼 있던 해외 바이어 미팅마저 장점 중단되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8년 만이다. 윤석열 정권의 운명과 조기 대선 여부는 이제 헌재의 결정에 달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기습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가 이를 저지하며 계엄령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4일은 ‘혼란의 하루’였다. 경제계에 미친 타격은 하루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고, 기업들 역시 예기치 못 한 타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과 미국의 정권 이양기가 맞물려 외교안보 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해서 쏟아내는 중이다. 당장 다음 달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정상외교는 '올스톱'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국내 기업들도 문제다. 수출 효자 품목인 ‘K푸드’가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K-푸드 수출은 이달 1주차 기준 9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목표액 1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내년도 실적에 대해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해외 바이어들의 결정이 수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국가 이미지가 훼손된다면 장기적으로 수출이 꺾여 실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K푸드의 수출 물꼬를 튼 식품업계는 탄핵사태 여파로 한국의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국가 신인도가 낮아지면 K브랜드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식품제조사들은 원가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외환시장은 달러당 1442원까지 치솟았다. 고환율은 식품원자재를 수입할 때 가격을 끌어올려 기업들도 부담이지만, 수입물가도 고공행진하면서 소비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식품기업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 등 상품을 경남 밀양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100% 수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대 K푸드 기업인 CJ제일제당도 전체 식품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50%를 넘어설 전망이지만 정치발 돌발 악재로 난감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지난주 국내 주요 식품기업은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계엄에 따른 수출 현황과 향후 받게 될 영향 등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 논의해 나가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은 내수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해외 진출로 판로를 개척해왔던 만큼 해외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치 이슈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기업들이 온전히 막아낼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답답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데다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탄핵 정국으로 쏠리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하소연 까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큰 타격이 없지만, 탄핵사태 장기화는 국제적으로 국가신인도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지형적 특징이 전쟁 가능 지역으로 인식되면 무역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당장 해외서 팔리던 제품들이 안 팔리고 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대해 위험하게 인지를 하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면서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이 취소되는 등 시장 확대에 따른 차질 등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수출기업과 간담회, 면담 등을 통해 수출 상황과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통해 파악한 주요국 동향을 수출기업과 공유하는 등 업계와의 소통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