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부진한 성과에 24일 주주총회서 청산 절차
바이오로직스, CDMO 기반 글로벌 사업에 집중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롯데그룹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던 헬스케어 사업에서 철수한다.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해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를 새 먹거리로 삼는다.
24일 롯데지주는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에 대해 의결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롯데헬스케어 청산을 위한 절차적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2022년 4월 롯데헬스케어가 롯데지주 자회사로 설립된 지 약 3년 만이다.
롯데헬스케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6일을 마지막으로 ‘캐즐’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캐즐은 롯데헬스케어의 디지털 건강 관리 플랫폼이다. 그 밖의 서비스는 오는 31일 모두 종료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 직원들 대다수도 이직, 퇴사 등을 통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예고, 같은 해 4월 그룹에서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당시 롯데가 앞세운 신성장 동력 중 하나가 ‘헬스 앤 웰니스’였다.
2023년에는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원을 추가로 출자했으나 과감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헬스케어는 매출 8억원, 영업손실 200억원을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거뒀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캐즐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캐즐은 건강 검진 데이터와 설문 정보, 유전자 검사 결과 등 사용자의 정보를 종합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정보와 쇼핑 편의를 제공하는 어플이다. 당초 롯데헬스케어가 예상한 이용자 수는 100만명이었으나, 실제 이용자 수는 20만명에 그쳤다.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 철수도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2월 스타트업 알고케어와의 기술 분쟁에 휩싸였다. 롯데헬스케어가 선보인 영양제 디스펜서 ‘캐즐’과 ‘필키’가 알고케어의 ‘뉴트리션 엔진’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이미 맞춤형 건강 관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영양제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줄다리기 조정 끝에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계속되는 부진에 롯데그룹은 롯데헬스케어 운영이 중장기 성장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 정리를 통해 그룹 내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헬스케어가 2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테라젠헬스 또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유전자 검사 전문 업체인 테라젠헬스케어와 51대 49의 지분으로 테라젠 헬스를 설립했다. 그러나 롯데헬스케어가 정리되며 테라젠헬스 또한 실제 기업가치 대비 낮은 가격에 매각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바이오 산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6일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며 ‘바이오 앤 웰니스’를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선정했다. 바이오 앤 웰니스 전략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담당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10위권 내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전방위적 지원도 이어진다. 롯데지주는 2022년부터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총 5732억원을 지원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대출금 9000억원에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지주의 자본을 바탕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 6만평 부지에 3개의 플랜트를 구축, 연간 36만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기지를 갖출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CDMO는 2030년 40조까지 성장이 예고된 고부가가치 시장”이라며 “CDMO의 경우 한 번 고객사와 계약을 맺으면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