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내 '엘리트'로 꼽혀
금융사고 논란 해결할 '경제통'
NH농협금융그룹을 이끌 새 회장 후보에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불안정한 정국 속 경제 관료 출신이 회장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올해 농협금융에 내부통제 논란이 불거진만큼 이를 잠재울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날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전 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이석준 현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이달 말 끝난다.
임추위는 이 내정자가 경제·금융 전문성을 갖추고, 넓은 식견과 관계조정 능력을 갖춘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임은 그동안의 농협금융의 관행대로 '경제 관료' 출신으로 정했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 7명 중 5명은 관료출신이었다. 내부 출신으로는 초대 신충식 회장과 전임 손병환 회장 등 두 명 뿐이다.
이 내정자는 1966년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행정고시 31회로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종합정책과장, 부총리실 비서실장,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경제정책의 중심 중 한명으로 꼽혔다. 일자리 관련 정책과 자영업자 대책 등 소득주도성장과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부동산대책 등 주요 정책을 수립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농협금융 회장 선정에 관심이 몰린건 올해 농협금융에서 내부통제 관련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서다. 농협금융은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농협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315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그러나 올해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가 6건 발생하면서 총 43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현 회장인 이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탄핵정국으로 인한 임기 불확실성 등으로 이 회장이 내부적으로 연임 포기를 선언했었고, 회장 후보 인선마저 늦어지고 있었다. 회장 후보로 추천할만한 관료 출신 인사를 찾기 어려워 인사가 늦어졌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올해 초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교체에 힘이 실렸었다.
업계에서는 이 내정자가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고 내년도 경영목표인 지속가능하고 믿을 수 있는 경영을 자리잡는 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기재부 내에서 엘리트로 불린 만큼 현재 불거진 금융사고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거다.
오는 2월까지의 공백은 이재호 농협금융 부사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이 전 부원장이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날 오전 면접 결과 이 내정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대상으로 즉시 선임이 제한돼 내년 1월 24일 취업 심사에서 승인되면 2월 3일 최종 후보자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