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창립 이후 첫 파업
정부의 총액 인건비 제도 문제 제기
국민은행도 성과급 타협 ‘난항’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 이후 탄핵 정국 돌입으로 국내 정치적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세밑에는 제주항공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졌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길거리에 나선 이들이 있다. 성과급을 임금의 300% 수준으로 돌려 달라는 IBK기업은행 노동자들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창립 후 처음이다. 노조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해 사측이 직접 해결할 수 없어 협상에 난항을 겪자 총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도 공공기관 임금체계에서 기업은행만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려운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입장을 들어보면 억울할만하다. 노조는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시중은행보다 30% 낮은 임금을 책정하면서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은행 직원의 임금과 복지는 매년 정부가 총액인건비 제도에 따라 설정해 다음해 예산안에 반영한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인건비를 집행하도록 한 제도다. 인상률은 기재부 관할로 정해지며 지난해는 공무원 임금인상률과 동일하게 전년 대비 3.0%로 설정됐다.
기업은행의 총파업에 대해 한국은행 노조도 연대 의사를 밝혔다. 한은 역시 총액인건비 제도 적용 대상인 만큼 임금과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또 직원 한 명당 600만원 가량의 시간 외 수당 미지급금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총파업은 단순 임금 문제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임금은 취업 경쟁률을 떨어뜨리고 이직률을 높이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우수한 인재가 공공기관에 모여들지 않는 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임금 문제로 갈등이 빚어진 곳은 기업은행 뿐만 아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나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특별보로금(통상임금 300%) 지급, 특별격려금(1000만원) 지급 등에 사측이 난색을 표하면서다.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후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은행 노조들의 투쟁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의 투쟁이 오히려 은행에 대한 반감만 키울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은행원들의 파업에 눈초리가 매섭다. 연봉 1억원은 국내 직장인 중 상위 7% 내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며 서민 경제가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은행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상대적 허탈감이 커지는 서민들이 “하필 이 시국에”라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 하루를 견디고 있는 국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볼지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적 경제 위기에 성과급 더 달라는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정말로 몰랐을까.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정치권은 매일 혼란스러운 와중에 벌이는 파업을 하는 은행원들의 주장이 과연 어떤 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파업보다 대화가, 주장보다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