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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갈고, 펜촉 다듬어 돌아온 뮤지컬 ‘시라노’ [D:헬로스테이지]


입력 2025.01.01 10:09 수정 2025.01.01 10:0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5년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벨쥐락’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시라노’가 2019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RG컴퍼니, CJ ENM

작품은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다. 낭만 호걸 시라노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시라노의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만든 프랭크 와일드혼과 레슬리 브리커스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공연 전부터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5년 만에 돌아온 만큼, 공연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 작업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돌았던 터다. 펜과 칼을 든 영웅 시라노의 캐릭터에 빗대 ‘칼을 갈고 펜촉을 다듬어 돌아왔다’는 평도 나올 정도다.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 된 부분은 무대예술이다. 재연 당시 다소 심플하게 꾸며졌던 무대와 달리, 다채로운 영상을 활용해 다양한 배경을 생생히 구현하고 입체적으로 무대 장면을 연출했다.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풍부한 볼거리를 안기면서 재연과는 완전히 다른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무대를 꾸몄다.


넘버도 달라졌다. 일명 ‘삐리빠라송’ 불리던 넘버 ‘달에서 떨어진 나’는 B급 감성을 풍기며 마니아층에게 은근한 인기를 끌던 장면이었지만, 한결 차분해졌고 시라노의 어릴 적 아픔을 부각한 넘버로 다시 만들어졌다. 오프닝 넘버 ‘연극을 시작해’와 ‘말을 할 수 있다면’ 역시 새롭게 추가된 넘버로, 초연·재연에서 부족했던 서사를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RG컴퍼니, CJ ENM

여성 캐릭터인 록산을 구체적으로 그리려는 의도도 느껴진다. 사랑하는 남성에게 거침없이 다가가고, 그를 위해 전쟁터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식량을 들고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는데 이런 모습을 어색함 없이 담기 위한 빌드업을 차근히 쌓아 올리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억지스럽지 않게 받아들이게끔 만든다.


무대연출이나 넘버 등 세 시즌 통틀어 가장 완성도 높은 시즌으로 평가되기 충분하지만, 그중에서도 배우들의 역량도 극찬할 만하다.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공연 취소라는 뼈아픈 이슈가 불거지긴 했지만, 이번 시즌 ‘시라노’에 합류한 최재림에게 ‘인생캐(릭터)’라는 평이 잇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록산을 향한 장난기 넘치는 표정부터 다정한 눈빛 등의 섬세한 감정표현은 물론이고 유쾌함과 어리숙함을 넘나드는 연기, 또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군인으로서의 큰 키와 체격,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을 압도하는 풍부한 성량까지. 최재림과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난 느낌이었다. 가스콘 부대원들과의 호흡도 말할 것도 없다. 가스콘 부대원들인 앙상블 배우들과 함께 하는 떼창과 군무 역시 지금까지의 시즌을 통틀어 가장 압권이다.


시라노 역은 최재림과 함께 조형균·고은성이 나눠 연기한다. 록산 역은 나하나·김수연·이지수, 크리스티앙 역은 임준혁·차윤해가 캐스팅됐다. 공연은 오는 2025년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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