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커지는 AI 신약 개발 시장
인실리코 메디슨, AI 활용해 임상 2상 진입
JW중외제약, 유한양행도 플랫폼 구축에 집중
제약· 바이오 부문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며,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후발 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은 시간 및 비용 단축에 효과적인 AI를 도입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AI 신약 개발은 뚜렷한 외형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달러(약 1조33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48억9360만달러(약 7조1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AI 신약 개발을 통해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약물 건수는 2020년 17건에서 2023년 67건으로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AI 활용한 신약 개발은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 신약 개발에는 10~12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AI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평균 7년까지 단축이 가능하다. 비용 또한 기존 2~3조원에서 약 600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제적으로 AI 신약 개발 시스템을 도입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인실리코 메디슨은 AI 설계를 통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INS018_055’를 개발했다. NS018_055는 현재 세계 최초로 AI 전주기 개발 신약으로서 환자에게 투여하는 단계인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아톰와이즈 또한 AI 시스템을 활용해 신약 발견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아톰와이즈의 ‘아톰넷’ 플랫폼은 잠재적 신약 후보의 효능을 임상 시험 전에 예측해, 식별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의 제약사들이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바이오 업체들과 협업하면서 본격적인 AI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 신약 개발 관심도 1위로 선정된 JW중외제약은 올해 독자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러버’를 구축해 10여개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주얼리와 클러버를 통합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본격 가동하며 AI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대웅제약은 자체 신약 개발 AI 플랫폼 ‘데이지’를 활용해 비만, 대사, 항암 등 8개 분야 후보물질 발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최근에는 AI 플랫폼을 활용한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 본격적인 신약 개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유한양행 또한 AI 모델을 활용한 신약 개방을 위해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포괄적 공동연구 협력개발을 맺었다. 온코마스터와 휴레이포지티브는 AI 기반 치료 반응성 예측 플랫폼을 활용해 유한양행이 보유한 신약 물질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고, 유한양행은 이를 통해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 또한 지원 확대로 AI 도입이 다소 늦어진 제약·바이오 업계 전환 속도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제약·바이오 5대 분야 중 하나로 ‘데이터 및 AI 미래 의료’를 선정해 예산을 증액했다. 데이터 및 AI 미래 의료 분야의 예산은 기존 858억원에서 1292억원으로 50.6% 증가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약물 1ml, 2ml 적용에 따른 효과를 일일이 검증해야 했다면 AI 도입을 통해 임상과 후보물질 시험 과정에서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며 “국내의 경우 AI 적용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느린 것은 맞지만,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