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백으로 시작한 2025년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 1.8% 저성장 전망
내수·수출·물가 어려움 장기화 가능성
더이상 고성장 기대하기 힘든 현실
한국경제가 ‘피크(peak)’ 상태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말로는 ‘절정(絶頂)’을 뜻한다. 다만 경제에서는 최고의 상태라는 긍정적 의미가 아닌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경제는 새해를 대통령 공백 상황으로 시작했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던 총리마저 탄핵되면서 경제부총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경제부총리가 정치와 행정, 사회, 외교 등 국가 행위를 고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경쟁국들이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동안 우리는 시장이 그 위험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연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를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0.5%p 떨어진 수준이다.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2.1%보다 더 낮은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지난해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은 2.0%다. 2020∼2021년 잠재성장률은 2.4%였다. 2022년 2.3%로 하락한 뒤, 2023년과 지난해 모두 2.0%로 떨어졌다.
올해 성장률도 2%를 밑돈다. 정부 전망은 1.8%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1.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인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을 뜻한다.
정부가 올해 1%대 성장을 예상하는 만큼 한국경제는 분명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의 고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피크코리아’를 말한다. 피크코리아는 ‘피크차이나’에서 나왔다. 피크차이나는 중국이 경제·정치·군사·기술 측면에서 성장의 정점에 도달해 더는 과거의 고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담은 용어다.
한국경제가 ‘정점’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제 2%대 성장률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란 점은 분명하다.
지난 2년 가까이 내수 침체로 경기는 불황의 늪을 이어왔다. 정부는 매번 경기 회복 조짐을 언급했지만,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상반기 재정 집중 투입…높아진 추경 가능성
경제성장 주축이었던 수출도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금액만 놓고 보면 아직도 기록을 경신 중이지만 상승 폭은 과거와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향후 상황이 나쁘다는 게 걱정이다. 올해 당장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상태다. 얼어붙은 내수는 좀처럼 녹을 기미가 안 보이고, 대미(對美) 수출은 최대 30%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6일 ‘2025년 한국경제 수정 전망-성장경로 이탈이 우려되는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는 내수 경기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경기 버팀목 역할을 해 오던 수출 경기마저도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세 둔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피벗(pivot, 급격한 전환)에 의한 금융 및 투자 환경 개선, 중국 등 주요국 경기 진작책 추진 등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 등과 같은 리스크(위험 요소)가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줄곧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돈 쓰기에 주저한 정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경제가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 유추할 수 있다.
1년 전체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쏟아붓고, 민생예산은 1분기에 70%를 투입해 내수를 끌어 올리겠다는 게 기획재정부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시간문제라는 게 기정사실이다.
정부 대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시점에서 재정의 확대 투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선택은 내수 회복에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겨우 안정 국면에 들어선 물가를 다시 건드릴 위험도 있다.
수출 상황도 미지수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 봐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관세 문제는 이미 예상된 위험인 만큼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미리 찾는 게 중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거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인 통화 및 재정 정책 모두 성장 친화적으로 과감하게 전환함으로써 시장에 긍정적인 기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투자와 고용 및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등으로 현재 유일한 성장 동력인 수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기 둔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청년층,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및 일자리 지원 등과 같은 정책 노력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못 살리면 답 없다…상반기 ‘승부수’ 띄운 정부 [올해 경제는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