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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가 없었다면, 연극의 대중화 가능했을까요?” [오픈런 공연③]


입력 2025.01.09 08:21 수정 2025.01.09 08:2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라이어' 제작사 파파프로덕션 박상희 본부장 인터뷰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대학로서 오픈런 개막

'탄탄한 대본'이 28년 흥행 비결..."새로운 관객 흡수는 늘 고민"

‘국민엄마’ 김혜자, ‘국민여동생’ 아이유, ‘국민첫사랑’ 수지, ‘국민MC’ 유재석까지. 각 분야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며 친근한 존재로 인식되는 이들에게 붙는 수식어다. 연극계에도 이처럼 ‘국민 연극’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라이어’다.


ⓒ파파프로덕션

연극 ‘라이어’는 영국의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 레이 쿠니‘(Ray Cooney)의 대표작 ‘Run for Your Wife’로, 지금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게 60여개 나라에서 공연하고 있을 만큼 인기다. 이중 한국에서는 1998년 초연 이후 28년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공연 횟수는 4만5000회를 넘기고, 누적관객 65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연극사의 기록을 매일 갱신 중이다.


코로나 이후 지방투어, 군부대 투어를 진행하오던 ‘라이어’는 1월 10일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1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 불황을 겪는 대학로에서, 그것도 리스크가 큰 오픈런 공연이다. 제작사 파파프로덕션 박상희 본부장은 “오픈런 공연이 시즌 공연 대비 힘을 잃은 것 같다”면서도 “‘라이어’가 오픈런 공연을 하는 다른 제작사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라이어’는 두 여인과 이중생활을 하는 택시 기사 존 스미스가 강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맞는 이야기로, 이중생활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하는 존의 하루를 그린다. 극 중 인물들의 재치넘치는 대사와 행동, 숨돌릴 틈 없는 빠른 전개는 이 작품의 특징이다. 무려 28년간 공연되고 있지만 꾸준히 관객들이 유입된다. 재관람률도 무려 50%에 달한다.


박 본부장은 ‘내가 배우로 직접 공연했을 당시 관객을 웃기고자 연기했을 때는 관객들은 냉담했고, 진지하게 자신의 일처럼 몰입되었을 때 관객들은 열광했다’는 레이쿠니 작가의 말을 전하며 이것이 ‘라이어’의 가장 큰 인기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글은 ‘라이어’ 대본 첫 페이지, 가장 첫 줄에 적혀 있는 글이기도 하다.


“‘라이어’의 가장 큰 힘은 탄탄한 대본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공연이 관객들에게 ‘가짜’가 아닌 ‘진짜 웃음’을 끌어낸 거죠. ‘라이어’를 시작한 지 벌써 28년이 됐습니다. 그때와 지금, 우리나라도 많이 변하고 발전이 있었죠. 예를 들어 집에 있던 유선전화 대신 요즘은 다들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것처럼요. 실제로 작품에서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고민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그러나 ‘라이어’는 대본이 가진 힘,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기승전결이 너무 완벽한 작품이라 오히려 다른 변화를 주고자 수정하게 되면 진짜 ‘라이어’의 매력을 잃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처음 레이쿠니 작품 번역을 하고, 파파프로덕션 대표님이 각색한 이후에는 수정 작업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웃음).”



ⓒ파파프로덕션

그렇다고 변화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진 않는다. 이제는 관객들도 가격만 저렴하다고, 혹은 유명하다고 공연을 선택하지 않는다. 오픈런 공연들도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과 노하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자신들만의 매력을 갖춰야 새로운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다.


“오래된 공연이지만 지금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꾸준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런으로 공연하고 있을 때보다 4년 만에 재오픈하는 지금이 훨씬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노력이야 늘 하는 거지만,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금의 노력을 꼽으라면, 새로운 배우를 만나기 위해 공개오디션을 진행한 게 아닐까 싶어요. 너무 오랜만의 공개오디션이라 지원자가 없으면 어쩌나 얼마나 초조하던지 새로고침을 수시로 했다니까요. 하하. 감사하게도 1차 지원자가 500명이 넘었고, 2차, 3차 오디션을 통해 총 10명의 새로운 배우를 만나게 됐습니다. 베테랑 배우들이 하는 1~2월 ‘라이어’ 공연은 믿어 의심치 않고,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새로운 배우들의 ‘라이어’도 3월부터 관객을 만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웃음).”


여전히 우리나라 공연계에서 오픈런이 ‘상업적’으로 읽히는 건 사실이다. 그만큼 시장 논리에 밀접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상업화가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는 있지만, 오픈런 공연은 여전히 영화나 TV 등에 비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장르다. 오픈런 공연은 이런 공연 문화를 조금 더 대중적인 문화 활동으로 이끌 수 있는 장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라이어’가 없었다면 연극의 대중화가 가능했을까.


“여전히 TV나 영화 같은 매체보다는 편하게 접근하긴 힘든 장르라는 점은 공감해요. 하지만 오픈런 공연들이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픈런 공연을 통해 예술공연으로까지 관심이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이미 ‘라이어’를 통해 이미 많은 기록을 썼지만, 앞으로 함께 작품을 만드는 스태프, 배우, 관객분들까지 모두가 행복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서는 공연 업계에도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고요. 그럼 정말 더 값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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