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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인판이 더 이상 골든타임 놓치지 않으려면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5.01.10 07:00 수정 2025.01.10 07:00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법인 계좌 발급, 현물 ETF 거래에 우선

"오르니까 규제하자" 식 과거 기조는 내려둬야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용 실명계좌 발급을 검토한다고 한다. 언제 승인이 날지는 미지수지만 잘된 일이다.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금지된 것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1차 불장'으로 알려진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 때다. 당시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자 국무조정실은 긴급행정지도를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했다.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뒤처진 것은 이때부터다. 당시 시장이 무법 상황이었던 것은 맞다. 시장 조작으로 수백%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가 수 분 만에 고꾸라지는 알트코인들이 수두룩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불법 환치기도 성행했다. 하지만 산업 개념도 없이 "오르니까 규제하자"는 식으로 접근했던 방향은 잘못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런 상황은 모든 후보가 가상자산 산업을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2022년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당국과 정치권은 어떤 산업 육성책도 제시하지 않다가 허울만 좋은 소위 '이용자보호법'을 겨우 처리했고, 과세를 한다고 해 투자자들이 반발하니 그 계획만 철회했던 게 전부다.


이런 사이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캐나다, 홍콩 등 선진국들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자산(Asset)'으로 인정하고 정식 상품으로 편입한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는 투자 상품을 일컫는다. ETF가 승인되면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던 일반 주식 투자자들도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ETF는 증권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 규칙을 따른다. 시장에서는 ETF 승인을 가상자산의 제도권화로 해석한다. 기존 가상자산을 탐탁지 않아 하던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를 통해 "한 번 투자해 볼까"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ETF 거래에 우선되는 게 법인 계좌 승인이다. ETF는 상품 특성상 개인 투자자보다는 기관 투자 비중이 높다. 법인 계좌가 승인되면 기관 투자가 늘어나고, 이 기관들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수탁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또 수탁사들은 단순 보관만이 아닌 거래 중개나 자산 관리 등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 2018년 소위 '박상기의 난', 2022년 '권도형 빔' 등으로 침체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이번 당국 논의가 잘 돼 법인 가상자산 거래가 허용되더라도 이미 골든타임은 지났을 수 있다. 2017년 당시 20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은 7배 이상 올라 1억4000만원을 호가하고, 관련 시장도 10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나 몰라 식 규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은 말라 죽었다. 미국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하고,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제롬 파월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국내 당국이 비트코인, 가상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2017년 나온 '제2의 바다이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은 기본적인 사항이다. 고민할 필요도, 시간도 없다.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이 인정했고, 운용 자산 수 경(京)원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달려들었다. 이미 늦었다는 게 도입을 거부할 명분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가상자산 시장을 주름잡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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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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