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구속에 조기 대선 가능성↑
체포·구속 언급 없이 '민생' 얘기 가운데
야당대표 이례적 5대은행장 소집도
野 '감방청문회' 논란 나오자 진화하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거취 언급 등에는 말을 아끼면서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 대여 강공 역할을 맡겨놓고, 정작 본인은 정쟁과 거리를 두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란 평가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에 따라 연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이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수권 능력을 부각할 발판을 마련 중인 반면, 당대표를 제외한 당 소속 의원들이 '배드캅'을 전담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는 20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만나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민주당 당대표실은 앞서 출입기자단에 "이 대표는 20일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민주당 정무위원회 은행권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다. 5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관계자들도 함께 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곤 민주당이 거야 의석을 앞세워 은행들에 '민생 지원을 확대해달라' 주문하기 위한 차원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산금리' 인하와 관련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하지만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의 시장 개입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 이를 압박으로 여길 가능성 또한 공존하는 상황이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가 있다.
'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와 관련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조용술 대변인 논평에서 "야당 의원들이 국회 밖에서 민간 은행장들을 소집한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의회 독재를 일삼는 민주당을 장악한 이 대표의 호출 자체가 매우 위압적인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 대표는 민주당을 사유화한 것도 모자라,민간 금융시장까지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한다"며 "말로는 민생 행보라는 가면을 쓰고,실제로는 이재명 자신의 권력 욕망을 채우려는 행동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민주파출소의 경우도 여권으로부터 '이재명 지키기'란 수식어를 받는 등 연일 바람잘 날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이 운영 중인 허위조작 정보 신고 창구인 '민주파출소'는 국민 검열 논란과 함께 이 대표를 위한 플랫폼이란 수식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민주파출소는 해당 플랫폼을 둘러싼 각종 고발전 등으로도 연일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민주파출소에 접수된 제보 분석 결과, 가장 많이 접수된 주요 플랫폼은 네이버(37.18%)였으며, 유튜브(15.56%), 주요 SNS 플랫폼(11.43%)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주요 키워드로는 내란 선동(22.6%)과 민주당 및 이재명 대표 관련 허위정보(18.7%)가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민주파출소 사이트 내 '교도소' 카테고리에는 △ '이재명은 소년원 출신' 허위사실유포죄 △ '이재명 조폭 연루설' 장영하 징역 1년 구형 △ '이재명 돈다발' 주장한 폭력배 박철민 항소심도 실형 선고 △'이재명 형수 욕설' 튼 단체 대표 벌금형 등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지난 16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민주파출소가 마치 이재명 대표 개인을 위한 것처럼 변질돼가는 것 아닌지 묻는 질문에 "아니다. 두 가지 트랙으로 볼 수 있는 게 내란선전행위와 가짜뉴스 유포 두 가지 트랙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이재명 대표와 엮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이 19일 새벽 마침내 구속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이른바 '감방 청문회'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이 같은 소란스러운 행보는 이 대표의 '여유로운' 최근 행보와 더욱 대비된다는 관측이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 현장 청문회를 열 경우,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 때 이후 9년 만이다.
다만 앞서 감방 청문회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란국정조사특위 위원 일동 명의 공지를 통해 "내란 국정조사 특위는 현재 현장조사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안을 두고 논의 중이며, '영장 발부시 구치소로 가겠다'는 안은 현재까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사태를 진화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구속된 만큼 여론 추이를 살펴본 뒤 향후에라도 구치소로 찾아가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 관련 내용을 질의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정치권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홀로 여기엔 거리를 두면서,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체포·구속 등에 대한 언급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한미동맹'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정부에 당부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던 지난 15일에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신속하게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라는 짧은 입장을 보였다.
이날 제주항공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합동추모식에서도 이 대표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면밀히 되돌아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는 잘못된 것들을 반드시 원점에서부터 고쳐나가야겠다"며 정쟁과 거리를 둔 메시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