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 강화하며 非HW 생태계 확장
가전 시장 불황과 中 업체 추격도 큰 영향
TV, 세탁기 등 전통 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성했던 국내 전자업계가 최근 SW(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 집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과거 일본 전자기업들이 한국 추격에 따라잡히며 하향세를 타고 난 이후, 점차 콘텐츠 중심의 사업을 꾸려가는 흐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 양대 기업은 AI(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각종 콘텐츠와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HW(하드웨어)의 기능 선도에서 벗어나, 다른 업체들이 추격하기 어려운 장벽을 빠르게 세운다는 목적에서다.
기존 HW에 SW를 융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전자제품은 TV다. TV는 AI홈을 실현할 수 있는 중심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덕분인데 실제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빅테크, SW 업체들과 손잡고 삼성 TV에서 AI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올해 CES에서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킬만한 혁신 기술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대신 SW 분야인 AI가 전시의 중심이었다. 참가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가전, 자동차, 로봇 등 기성품에 탑재해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홍보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MS(마이크로소프트)사의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적용한 삼성 TV를 선보이며 초개인화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코파일럿 기술이 적용된 삼성TV는 시청중인 콘텐츠와 연관된 정보를 검색하거나 콘텐츠 추천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오븐, 로봇 집사 등 다양한 AI 제품들을 연결하며 소비자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국내 업체들의 포부다. LG전자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MS와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SW 위주의 기술을 공개하며 다소 힘을 뺀 전시 위주로 참가한 것은, 중국의 카피를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W보다 SW는 따라하기 어려운 측면이 큰 탓이다. 아울러 해외 빅테크와의 SW 기술 동맹은 최근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삼성만의 차별화된 무기로 앞세울 수 있다.
물론 중국 가전업체이자 삼성·LG전자와의 TV 경쟁사인 TCL 역시 MS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HW 뿐만 아니라 SW 업그레이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한 SW 인재 육성에 국내 기업들이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CES 2025 미디어 간담회에서 "SW 인력 같은 경우에는 저희 자체 육성도 하고 해서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해외까지 폭넓혀 채용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삼성이 밀고 나가는 AI 및 스마트싱스와 관련해 지난해보다는 올해 시장의 반응이 달라졌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작년 AI와 스마트싱스 연결 경험 주겠다 했을 때는 구체적인 무엇이 없다는 질문을 받았지만, 올해는 확실하게 삼성이 가는 방향을 이해했다는 반응이다. AI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까지 우리가 갈 방향에 대한 부분까지도 (거래선들과) 서로 공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