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빅4 작년 영업익 감소·적자전환 전망
중국발 공급과잉과 대체 수요처 부족 영향
정부, 공급과잉 해결 위한 사업재편 지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깊은 침체에 빠졌다. LG화학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3.8% 감소한 916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다른 주요 기업들 역시 영업이익 감소 또는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인한 공급과잉과 수출 감소, 전기차 시장의 정체 등 악재가 겹치며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돌파구가 요구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빅4’로 꼽히는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거나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가장 먼저 실적을 공시한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8% 감소한 916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77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2배 이상 확대되고 한화솔루션은 3946억원의 적자를 내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은 12.8% 줄어든 31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최근 3년간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 여천NCC, 효성화학 등 기업들은 2022년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공급과잉이 발생되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대체 수요처가 부족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그간 대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해 수출을 확대하는 구조로 성장해왔지만,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경쟁력을 잃었다.
공급과잉은 2028년까지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가격 등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중국이 순수출국으로 변한다면 중국에서 줄어든 감소분을 타 수출국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관적인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 등 악재가 겹쳤다.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및 수익성 감소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정부도 이에 공감하며 지난해 12월23일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석화 원료의 공급과잉 해결을 위한 사업재편을 적극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운영 효율화, 신사업 M&A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겸 한국화학산업협회장은 지난달 화학산업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전망 역시 어둡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