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 극영화 대상 지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한국영화 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산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중저예산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팬데믹 이후 흥행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계에 영진위는 중저예산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양한 영화 제작을 촉진할 계획이다.
이번 지원 사업은 순제작비 2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의 장편 실사 극영화를 대상으로 하며, 편당 지원금은 순제작비의 30% 또는 15억 원 이내에서 차등 지급된다. 단, 개봉 후 2년간 극장과 국내외 부가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이 지원금을 제외한 총제작비를 초과하면 영진위가 지원금을 한도 내에서 회수하는 구조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영화는 약정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투자·배급 계약을 맺거나 개별 조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6개월 이내에 촬영을 시작(크랭크인)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한편, 기획개발지원 사업도 10억 원 증액된 26억 원이 편성되어 시나리오 개발, 투자 유치, 신규 제작사 기획개발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올해만 141편의 프로젝트가 기획개발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중저예산 영화가 한국영화계의 한 줄기 빛이 된 건 지난해 중저예산 영화 일부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남동협 감독의 '핸섬가이즈'(제작비 49억 원, 관객 수 177만 명), 김세휘 감독의 '그녀가 죽었다'(제작비 70억 원, 123만 명),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제작비 98억원, 471만 명)이 '파묘'(제작비 140억 원), '범죄도시4'(제작비 150억 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선전하며 중저예산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같은 상황에 중예산 영화 지원 확대는 다양한 영화의 제작을 활성화하고, 한국영화의 창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신인 감독과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독립영화 지원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중저예산 영화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독립영화 감독은 "중예산 영화 지원도 중요하지만, 현재 독립영화 지원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 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마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한 중예산 영화 제작자는 "중예산 영화가 살아나야 영화산업 전반의 고용 창출과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 나아가 "영진위의 이번 지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제작·배급·마케팅 전반에 걸친 다층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중예산 영화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안정적인 투자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관객 친화적인 홍보 전략과 플랫폼 다변화도 필수적이다"라고 바라봤다.
한국영화 산업이 장기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형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그리고 중예산 영화가 균형을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 영진위의 이번 지원이 양극화된 시장 속에서 중예산 영화의 가치를 다시금 조명하고, 새로운 창작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