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與, 신속한 추경 편성 협조하라"
대선 국면 앞두고 태도 급변 지적도
국민의힘 "지난 12월 10일 무슨 일
있었느냐…더 이상 쇼하지 말길 바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을 향해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협조를 촉구했다. 불과 두 달 여전인 지난 12월 헌정 사상 초유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적이 있었지만, '경제 심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대표의 조급한 심경의 일면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그동안 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잘 안된 이유는 국민의힘이 추경을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추경에 대한 의지가 진심이라면 즉시 국정협의체를 가동해서 추경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도 '예산 조기 집행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반기 경제둔화가 우려되니 추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며 "지금은 비상계엄 사태로 급락한 소비 심리와 멈춘 경제 심장을 되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향해선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국정협의체에 복귀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언제 탈퇴했느냐"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말 바꾸기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특히 없는 말을 지어내서 거짓말하지 말고 신속한 추경 편성에 적극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기업의 딥시크 공개 후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기술 경쟁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추경에 대대적인 인공지능 개발 지원 예산을 담아 준다면 적극적으로 의논하며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적었다.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생경제를 살릴 추경, 그리고 민생의 온기를 불어넣을 민생지원금이 꼭 필요한 상태다. 민생지원금의 차등 지원, 선별지원 다 괜찮다"면서도 "효율적인 민생지원 정책이 나오면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상관없으니 추경을 편성해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0일에는 정부가 제출했던 원안 677조4000억원 예산안이 야당 단독 수정을 거쳐 4조1000억원 삭감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예산안은 법안과 달리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까지 절충을 시도했으나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이날 국민의힘이 "더 이상 쇼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일갈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추경에 인공지능 개발 지원 관련 예산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당시 AI 등 경제활성화 예산 증액을 거부하고 본예산을 강행 처리한 것이 민주당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지금 와서 처음 듣는 것처럼 AI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냥 모르는 체하고 마치 본인이 AI 등 경제활성화 예산을 챙긴 정치인으로 남도록 숟가락 얹어보겠다는 심보로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국민은 지난해 12월 10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계시니 더 이상 쇼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단언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추경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 대표 혼자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처럼, 그동안 전혀 하지 않았던 것들을 던지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첫 번째로 인공지능 추경을 제안했는데, 갑자기 AI 예산을 꺼내든 배경이 무엇이냐"라며 "지난해 12월에 민주당이 감액 예산을 날치기 처리할 때 이미 우리가 충분히 얘기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일방적으로 다 삭감하고 지금 추경을 열어서 하자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