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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부당대출 이슈 부상에 내부통제 강화 ‘고삐’


입력 2025.02.05 13:34 수정 2025.02.05 16:15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우리 2334억원·국민 892억원·농협 649억원 적발

내부통제·조직문화 원인…신뢰회복 위해 칼 빼들어

지점장 금고 관리·조기적발시스템 고도화 등 도입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사옥 ⓒ 각 사 제공

지난해 은행권에서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부당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부통제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이번 부당대출의 원인이 내부통제와 조직문화에 심각한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는 ‘신뢰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뼈를 깎는 경영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전날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KB국민은행·NH농협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 결과 387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당대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에 적발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금액은 총 2334억원으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730억원, 나머지 금액은 전·현직 고위 임직원들이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 회장 관련 부당대출은 지난해 금감원 검사 때보다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강화 일환으로 전날 영업점에서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앞으로 지점장은 매달 첫 영업일과 마지막 영업일에 직접 금고를 여닫는다. 금고 잠금장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금고 안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등 시재(보관 현금) 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내부 통제 다잡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당대출 이슈가 불거진 이후 지난달부터 그룹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음 달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이 외 익명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는 검사 출신의 윤리경영실장을 앉혔다.


이번 검사 결과에서 892억원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KB국민은행도 금융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박차를 가한다. 내부통제 및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여신심사 및 상시감사 등 내부통제 업무 프로세스를 보완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해 선제적으로 금융사고 예방활동을 전개하겠다”며 “임직원 대상 윤리 교육 등을 진행하고 온정적 조직문화 개선 등을 통해 고객 신뢰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부고발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제보제도의 세부기준도 손질한 바 있다. 관련 문구를 명확히 하고 전화, 팩스, 이메일, 우편, 행내 전산망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제보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NH농협은행도 강태영 신임 행장이 '금융사고 제로(o)화'를 선언하고 디지털 내부통제 고도화 및 취약점 전면 재정비를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정기검사에서 부당대출 649억원을 해준 것이 밝혀졌다.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준법감시 시스템을 엄중하게 운영하고 디지털 기술을 강화해 금융사고를 예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담 TF를 꾸려 여신 취약업무를 정비하고 지점마다 감사모니터링반을 신설해 대응 중이다.


고위험 지점 감사 항목은 본부가 직접 수행하며 일탈 행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CCTV 모니터링 제도도 검토중이다. 오는 2026년까지 내부통제전문가 인증제도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사고 위험을 예방하고 임직원 업무 책임을 명시한 'NH책무통제시스템'도 오는 6월까지 도입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내부고발 포상금을 기존 5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사고 규모나 예상 피해 규모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 지급하고 제보한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후 관리도 엄격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책무구조도도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며 내부통제 강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및 AI 활용 내부 통제 디지털화를 통해 소비자 보호 시스템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지주에서 지배구조법 개정 이전부터 약 4년 여에 걸쳐 '그룹 표준 내부 통제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자회사 별로 분산돼 있던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주 집중협 시스템으로 통합 구축했다.


올해는 그룹 공통 내부통제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첫 해다. 시스템 기반의 내부 통제를 통해 기일관리 강화, 데이터 관리의 효율화, 점검 실효성 확보 등 그룹 내부 통제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 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 금융사고 예방과 금융소비자의 신뢰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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